[최정아의 연예It수다] BTS·이정재 다음은 김동하…마이크 하나로 ‘코미디 본토’를 뚫다

-김동하, 알고리즘을 넘어 극장·무대로
-100% 한국어로 북미를 무장해제시킨 ‘K-입담’의 저력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를 점령하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의 안방극장을 장악했을 때 우리는 환호했다. 하지만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와 문화적 맥락이 생명인 ‘코미디’ 분야에서만큼은 글로벌 진출이 난공불락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 철옹성 같던 장벽에 균열을 낸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코미디언 김동하다. 그는 최근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초로 미주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한국어 농담이 북미 대륙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해냈다.

 

◆코미디의 에베레스트, 북미... 자막 없이 본토 홀렸다

 

미국은 스탠드업 코미디의 발상지이자 성지다. 제리 사인펠드, 케빈 하트 같은 전설들이 탄생한 이곳은 전 세계 코미디언들에게 ‘꿈의 무대’인 동시에 가장 냉정한 시험대다. 김동하는 지난 4월 워싱턴 D.C.를 시작으로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를 잇는 투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개최했다.

 

이번 투어의 가장 놀라운 점은 ‘100% 한국어’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해외 진출 시 현지 언어로 대본을 수정하거나 자막을 활용하는 것이 정석으로 통하지만 김동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고집이 아니다. 한국어 특유의 리듬감, 이른바 ‘말맛’과 정서를 훼손하지 않고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워싱턴 D.C.의 크레센도 스튜디오와 밴쿠버의 리오 시어터에 울려 퍼진 폭소는 K-콘텐츠의 위상이 이제 ‘자막’이라는 보조장치 없이도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어로 진행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민 생활의 애환과 세대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는 현지 관객들의 마음을 완벽히 무너뜨렸다.

 

◆이방인의 고독을 위로한 가장 한국적인 웃음

 

김동하가 준비한 공연 제목 ‘메이드 인 코리아’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코미디언이라는 정체성인 동시에, 그가 들고 간 소재들이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북미 현지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위로’로 다가간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무대 위에서 이민 생활의 고단함,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해프닝,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속으로 삭여야 했던 교민들의 스트레스는 김동하 특유의 발칙하고 날카로운 풍자를 만나며 카타르시스로 변모했다.

 

김동하는 과거 본지 인터뷰를 통해 “공연장 밖을 나가면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니, 여기선 솔직해지자”며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실제 이 문화는 ‘스탠드업 1타 강사’ 김동하를 통해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현지 관객들은 “유튜브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현장의 에너지가 있었다”며 입을 모았다. 이는 김동하의 코미디가 오락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고독을 연대로 묶어주는 사회적 치유의 기능까지 수행했음을 시사한다.

 

◆본토가 인정한 ‘크라우드 워크’의 정수

 

스탠드업 코미디는 본래 마이크 하나와 조명 하나, 그리고 코미디언의 입담만으로 완성되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다. 특히 관객과의 즉흥적인 소통을 통해 유머를 만들어내는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는 코미디언의 순발력과 구력을 측정하는 척도다.

 

김동하는 이번 투어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크라우드 워크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미 국내에서 7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져온 그의 실력은 북미에서도 빛을 발했다. 사전에 짜인 80%의 대본 위에, 현장에서 마주한 관객들의 반응이라는 20%의 변수를 더해 매회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공연을 만들어냈다.

 

개봉한 실황 영화 ‘김동하: 커넥트’에서도 확인되었듯, 그의 코미디는 100% 애드리브로 진행되는 순간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전직 국어 교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은 그에게 ‘선을 넘을 듯 말듯’ 조율하는 고도의 언어적 감각의 바탕이다. 풍자와 해학이 섞인 19금 농담과 비속어가 쏟아져도 불쾌함 대신 폭소가 터지는 이유는, 그가 관객의 심리를 읽어내는 탁월한 ‘심리전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7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에서 ‘인맥 영끌’로 시작했던 김동하의 코미디는 이제 태평양을 건너 북미 대륙을 흔들고 있다. 김동하의 미주 투어 성공은 한국 코미디계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제 우리 코미디언들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를 향해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고민은 삶의 나노 입자일 뿐, 선택은 과감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김동하의 과감한 행보는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서막이 될 것이다. 오는 6월부터 다시 시작될 국내 투어와 이어질 글로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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