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휩쓸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시즌2가 베일을 벗었다. 대한민국 최정상 배우 윤여정·송강호 출연으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지만 못지않게 존재감을 뽐낸 국내 스타가 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혼성그룹 카드(KARD) 멤버 BM이다.
2017년 카드 멤버로 데뷔한 BM은 메인댄서와 리드래퍼로서 강력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작사·작곡·프로듀싱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은 아티스트다. 그동안 가요계에서 활약을 이어가던 BM은 이번엔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성난 사람들’ 시즌2는 특권층이 모인 컨트리클럽에서 한 젊은 커플이 상사와 그의 아내의 충격적인 다툼을 목격한 뒤 두 커플과 클럽의 주인인 한국인 억만장자 간에 회유와 압박이 오가는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지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배우 오스카 아이작·캐리 멀리건·찰스 멜튼·케일리 스페이니가 출연했다.
2024년 공개된 전작은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3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크리틱스초이스 4관왕, 에미상 8관왕을 차지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거물급 후속작에 연기 신고식조차 치르지 않은 K-팝 아티스트가 발탁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BM은 극 중 컨트리클럽 내 테니스 숍을 운영하는 테니스 코치 우시로 분했다. 주연급은 아니어도 주요 장면마다 캐릭터에 녹아든 자연스러운 연기로 연기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 30일 스포츠월드와 만난 BM은 “절대 캐스팅될 줄 몰랐던 너무나 큰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영광이다. 대단하고 멋있는 선배님들 사이에서 신인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고 좋았다. 첫 경험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얻게 돼서 들떠 있는 기분”이라고 작품 공개 소감을 밝혔다.
연기 경력도 없던 그가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운명과도 같았다. 친구로부터 오디션 소식을 들은 후 한국에서 먼저 영상을 찍어 보냈다. BM은 “대사를 받고 거의 12시간 안에 다 외웠다. 멤버 소민이에게 상대 역을 부탁해서 대사를 읽어달라 했고 신 3개를 찍어서 보냈다. 너무나 큰 작품이었고 저는 이력도 없으니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곧바로 이성진 감독이 화상 오디션을 제의했다. 이마저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당연히 캐스팅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은 못 했다. 몇 시간 만에 스케쥴 조율에 대한 연락이 오기 시작하면서 캐스팅이 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스케쥴 조율도 관건이었다. 촬영에 들어가야 할 지난해 2월에는 카드 월드투어 등이 예정됐지만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로 인해 투어가 일부 취소됐다. 안타까운 재난으로 인해 공연이 취소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극적으로 스케쥴이 조율돼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우시 역으로 낙점된 이유를 전해 들었냐는 물음에 그는 “감독님이 직접 말씀해 주시지는 않았다. 듣기로는 스웨그 있는 캐릭터를 원했다고 하시더라”라고 미소 지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국내 톱배우 윤여정·송강호와 한국 배우로서 이름을 나란히 올리게 됐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BM은 “부담이 사실 엄청 컸다. 특히 윤여정, 송강호 선생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인데 같이 연기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다. 교포라 발음이 아직 조금 어눌한 부분이 있는데 우시라는 캐릭터가 작품 감상을 깨트리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래도 처음인 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 더 발전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잘 알 수 있었다”며 “상대 역이었던 캐리 멀리건, 윤여정 선생님 모두 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분들 아닌가. 쉽게 몰입할 수 있게끔 연기를 해주셔서 덕분에 그 세상 안으로 빨려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적재적소에서 활약을 펼치며 극 몰입도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본인은 처음 결과물을 봤을 때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BM은 “사실 처음 혼자 봤을 때는 만족도가 굉장히 낮았다. 더 잘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쉬웠는데 공개 직후 친구들이나 시청자 평가를 보니까 그래도 좋게 봐주시더라”라고 웃었다.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태어나고 자라 2011년 K팝스타 시즌1(SBS) 출연을 계기로 한국에 건너온 BM에게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 출연은 뜻깊다. BM은 “미국이라는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오다가 한국으로 와서 열심히 하던 중에 다시 할리우드로 가게 됐다. 그만큼 할리우드가 한국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테니스 코치인 우시는 암암리에 한국 성형외과 트로코스의 성형 및 의료관광 패키지도 함께 판매한다. 탄탄한 몸매로 훈훈한 피지컬을 자랑하며 여성 고객의 관심을 즐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BM은 우시를 소화하기 위해 테니스를 멋있는 자세로 칠 수 있게 수업을 듣는 한편 피부과도 다니며 제품을 직접 알아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BM은 “우시는 큰돈과 가까운 일을 하지만 막상 본인 돈이 아니다. 경제적, 사회적인 구조에서 계속 올라가고 싶어 하는 욕망이 굉장히 크다는 점은 공감하기 쉬웠다. 누구나 다 넥스트 레벨을 밟고 싶어하지 않나”라며 “그런 순간이 저에게는 언제 있었는지,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곰곰이 떠올리면서 스스로에 대한 분석을 했고 그렇게 우시한테 스며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주로 호흡을 맞췄던 캐리 멀리건과의 촬영은 어땠을까. BM은 “진짜 천사 선배님”이라고 단번에 답했다. 이어 “가장 크게 와닿고 앞으로 배우로서 커리어를 만들어 가면서 가장 각인될 말을 해주셨다. ‘그냥 들으면 되잖아’다. 너무 간단한 말인데 저뿐 아니라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안 듣는지 생각하게 되더라. 말을 놓치는 실수도 하게 되는데 배우로서 액션이 들어가면 최대한 주변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또 삶을 살아가면서도 주변의 말을 잘 들으면 오히려 얻을 게 더 많다는 것도 크게 느꼈다”고 강조했다.
윤여정과의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우시가 박 회장(윤여정)에게 계열사 부사장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긴장감 가득한 장면이 윤여정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는 “너무 좋았지만 그만큼 긴장했다. 아마 식은땀으로 몇kg은 빠졌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워낙 늦은 시간이었어서 많이 조심스러웠다. 신 찍고 나서 선생님께 사실 첫 작품이고 너무 영광이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그래? 처음 치고 되게 잘하는 거야. 이래서 연습을 하는 거야’라고 좋은 말을 많이 해 주셨다. 선생님의 아드님도 저에게 ‘엄마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이 정도면 진짜 잘한 것’이라고 해주시더라”라고 감사를 전했다.
다만 “죄송한 게 있다면 제가 더 잘했어야 됐는데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100%를 못 보여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BM으로서 선생님 앞에 선 떨림도 있고 협박하는 우시와 무서운 박 회장님의 포스가 겹친 상황의 긴장감도 있었어서 더 떨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마주치는 신은 없었지만 오스카 아이작, 찰스 멜튼과의 만남도 큰 힘이 됐다. 시사회 이후 애프터파티에서 오스카 아이작에게 작품에 들어갈 때 어떤 생각을 가장 중점에 두고 들어가야 하는지 물어봤다는 BM은 “‘우린 어차피 다 죽는다’고 답하더라.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라는 뜻이었다. 소름이 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찰스 멜튼과는 처음 마주쳤을 때는 너무 긴장하고 있었는데 ‘긴장하는 게 좋은 거다.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긴장을 안 하면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이나 연기 등 적당한 긴장을 갖고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BM은 “다들 너무나 대단한 사람들인데 자존심이나 텃세를 부린다든지 안 좋은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스태프나 동료 배우 모두 서로 리스펙트하고 본인 것을 잘하자는 게 먼저였다. 저는 첫 작품이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2017년 데뷔 후 9년 만에 연기자로서 새 도전을 하게 됐다.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느끼는 쾌감이 다른지 묻자 “음악을 할 때는 정해진 게 많다. 연기는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대사의 목적에 제대로 몰입이 되면 생각이 없어진다. 흘러가듯이 나오고 딱 몰입이 되면서 표현한 뒤에 오는 시원한 쾌감이 있다”며 “커트가 됐을 때 스스로 잘 전달했다고 느끼는 뿌듯함이 크다”고 답했다.
가수 활동과 연기가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만 9년간 무대에 선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BM은 “가수로서 마이크 앞에 섰을 때 하는 말이 말뿐인 게 아니고, 목적이 있고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있는 것처럼 연기도 똑같은 것 같다”며 “말을 할 뿐인데 목적과 감정이 있다는 게 통일성이 크더라”라고 설명했다.
신인 배우 입장에서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섭고 떨릴 때가 있지만 수많은 무대와 방송을 경험한 BM에게는 똑같이 익숙한 환경이었다. 그는 “카메라에 대한 무서움은 없었다. 9년 동안 음악과 무대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벽을 없애준 것 같다”고 부연했다.
‘성난 사람들’ 시즌2 이후 주연을 맡은 한국영화 촬영을 끝내는 등 앞으로도 연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복싱이 취미인 것을 살려 극 중에서 복싱 선수로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BM은 “작품을 너무 재밌게 봤고 저 또한 복싱을 3년째 하고 있을 정도로 팬이다. 비 선배님의 역할까지는 절대 안 될 것 같고 메인 빌런의 오른팔 정도라도 하고 싶다. 미국에서도 넷플릭스 관계자분들에게 좋게 얘기해 달라고 어필도 했다”고 팬심을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가수 데뷔 9년 만에 배우로서 첫발을 뗀 지금 아티스트로서의 고민 또한 깊고 묵직했다. 그는 “솔로 가수로서 해온 음악 자체가 멋에 집착하고 내가 최고라는 얘기들을 주로 해왔는데 그걸 내려놓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얘기를 더 담고 싶어졌다”고 최근의 고민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정확히 어떤 장르와 사운드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서른 중반이 돼가면서 느끼는 건 음악도 평생 남아 있는 결과물인데 겨우 이런 내용으로만 남길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라며 “조금 더 음악도 신중히 하게 될 것 같고, 연기도 그만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자 매튜 킴과 카드의 BM 그리고 솔로 아티스트 BM 모두 좋은 삼각형의 모양으로 만들고 싶다. 너무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지난 9년여의 연예계 활동에 대해서는 “감사한 만큼 후회도 많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다만 후회되는 일이 있어서 제가 좋게 변해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운 좋게도 수십 개의 나라와 도시를 다니면서 일을 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 굉장히 감사하다. 앞으로도 어떻게 할지 생각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간의 경험은 그를 더욱 단단해지게 만들었다. BM은 “뭐가 잘 안돼도 어차피 컨트롤할 수 없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물처럼 흘러가게 최선만 다하자는 마음이다. 고민되고 기분이 다운돼도 예전만큼 오래 가지 않는다. 하루 이상은 안 간다. 지난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고 그래서 앞으로도 기대된다. 사람으로서 일단 잘 살아가자는 마음이다. 주변의 말도 잘 듣고, 내일 죽을 수 있는 것처럼 늘 마지막이다시피 긴장감은 놓지 않고 살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전했다. 오는 7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기가 막힌 콘셉트를 만들려고 한다. 그다음 플랜을 소개하는 느낌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카드 활동에 대해서도 “아마 여름에 앨범 내고 나서 열심히 투어를 돌 것 같다. 아직 어디 갈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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