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흥행 페달이 멈출 줄 모른다. 개막 한 달, 연일 관중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다만 뜨거운 흥행 속에서도 늘어지는 경기 흐름은 풀어내지 못한 숙제다. 제아무리 시계바늘을 당겨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외면하면 경기는 빨라질 수 없다.
7개월의 대장정, 이제 마라톤 한 구간을 지났다. 팀당 27∼28경기씩 치르며 전체 일정의 약 18%를 소화했다. 3년 연속 1000만 관중 달성을 향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2026 KBO리그는 지난달 29일까지 132경기에서 235만8060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경기당 평균 1만7864명이다.
시즌 개막 14일 만에 100만 관중을 넘어섰고, 정규리그 117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해 역대 최소경기 기록도 새로 썼다. ‘집관’ 열기도 뒤따른다. KBO리그 중계를 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은 “올 시즌 프로야구 중계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열기만큼 경기 흐름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피치클락을 주자 없을 때 20초에서 18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에서 23초로 줄였다. 마운드 방문 시간 축소, 타자 준비 규정 강화 등 세부 장치도 손봤다. 그러나 현재 정규이닝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3분이다. 이 흐름이라면 지난해(3시간2분)에 이어 올해도 ‘3시간’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팬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원인은 마운드 위에 있다. 피치클락은 경기 사이의 공백을 줄일 수 있지만, 스트라이크를 대신 던져주지는 못한다. 올 시즌 132경기에서 볼넷 1076개가 나왔다. 지난해 4월25일과 2024년 4월24일은 모두 133경기 시점이었는데, 볼넷은 각각 1028개, 1008개였다. 올해는 1경기를 덜 치르고도 최근 2년 비슷한 시점보다 각각 48개, 68개 많다.
제구 난조와 긴 승부는 경기 속도를 떨어뜨린다. 한화의 팀 볼넷 허용은 137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평균 경기시간도 3시간16분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길다. 지난달 1일에는 대전 홈에서 KT와 올 시즌 리그 최장 기록인 4시간19분 혈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투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적응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평가가 있다. 타자들은 존의 특성을 빠르게 해석해 유리한 승부를 끌어가는 반면, 투수들은 존 안에서 확실하게 승부하지 못해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는 장면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도 비슷한 고민은 드러났다. 한국은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 17년 만에 8강에 올랐지만,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에서 0-10 콜드게임 완패를 당했다. 대회 5경기 동안 피홈런 10개와 볼넷 22개를 내줬고, 실점은 29점에 달했다. 직구 평균 시속도 146.3㎞로 참가 20개국 중 18위에 그쳤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전체적으로 프로 투수 쪽의 육성이나 이런 부분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야 되는 시기”라고 말한 배경이다.
관중석은 꽉 찼고, OTT 지표는 고공행진 중이다. 순위 싸움과 기록 경쟁, 새 얼굴의 활약까지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그러나 더딘 경기 흐름과 흔들리는 마운드는 분명한 숙제다. 흥행 열기를 오래 붙잡기 위해서는 경기 안에 맴도는 답답함부터 덜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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