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위하준이 장르물의 익숙한 틀을 벗고 감정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냉철한 수사관의 얼굴과 애절한 감정을 오가는 캐릭터를 통해 이전과는 또 다른 연기결을 선보였다.
최근 종영한 세이렌(tvN)은 보험사기 용의자로 의심받는 한 여자를 둘러싼 의혹과 그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위하준은 극 중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조사관 차우석 역을 맡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을 연기했다.
차우석은 주변 인물들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며 점점 고립되어 가는 한설아(박민영)에게 끌리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다. 이성과 감정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로, 위하준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역시 이러한 다층적인 매력에 있었다.
위하준은 30일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한 번에 다 읽었다”며 “차우석이라는 인물이 냉철함과 능청스러움,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애절함까지 다양한 감정을 지니고 있어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비슷한 결의 연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차우석은 단순한 수사관이 아니라 감정의 결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물이다. 보험살인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라 한설아를 집착 수준으로 파헤치지만, 점차 연민을 느끼고 끝내 사랑하게 된다. 위하준은 “보편적이지 않은 감정선이라 쉽지 않았다. 대본을 펼쳐놓고 감정의 흐름을 세밀하게 계산하고, 어느 지점에서 감정이 변화하는지 계속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면마다 감정의 강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완성해갔다”고 말했다.
상대역인 박민영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위하준은 그간 로맨스와 거리가 멀었기에 감정선을 맞춰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는 “박민영 선배가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어떻게 하면 더 다정하게 보이는지, 눈빛이나 손짓 같은 디테일을 직접 짚어줘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감정 몰입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감을 얻었고, 로맨스 장르에 대한 가능성도 느꼈다”고 웃었다.
이번 작품은 주연이라는 무게를 실감하게 한 계기이기도 했다. 위하준은 “현장에서 분위기를 이끌고, 스태프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 노력이 쌓이면서 현장이 밝아지고 서로 신뢰가 생기는 걸 느꼈다. 기둥이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현장에서 스태프들의 이름을 외우고 꾸준히 소통을 시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힘썼다.
영화 미드나이트, 오징어 게임 시리즈(넷플릭스), 배드 앤 크레이지(tvN), 최악의 악(디즈니+) 등 장르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그는 이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액션이나 어두운 정서의 작품을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를 그 틀 안에 가둔 것 같았다”는 그는 “앞으로는 다정하고 밝은 모습, 재미있는 캐릭터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로맨스 장르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위하준은 “예전에는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믿는다”며 “경험이 쌓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2015년 영화 차이나 타운으로 데뷔한 그는 올해 12년차다. 그간의 활동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위하준은 “보조출연과 단역을 거치며 차근차근 쌓아온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더 믿고 칭찬해줬다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금방 잊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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