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폭행 징계’ 김승기 전 감독, 절차 논란 속 재심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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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개최를 충족하는 규정을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재심이 열리는 아이러니한 사안이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승기 전 감독의 선수 폭행에 따른 징계가 다시 KBL 재정위원회 테이블에 오른다.

 

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31기 제13차 재정위원회를 열어 김 전 감독의 2년 자격정지 징계에 대해 재심하기로 했다. 

 

사건은 2024년 11월10일 소노와 SK의 경기 도중 라커룸에서 벌어졌다. 소노 사령탑이었던 김 전 감독은 선수를 폭행한 사실로 물의를 빚었고, 소노 구단은 자체 조사 뒤 20일 KBL에 재정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김 전 감독은 이틀 뒤 자진 사퇴했다. KBL은 같은 달 29일 재정위를 열어 2년 자격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시간은 흘렀고, 징계 종료 시점은 오는 11월29일이다.

 

여기서 KBL의 절차상 하자가 발생했다. 재정위를 통해 징계가 확정되면 종류와 사유, 근거, 재심 방법 등을 담은 결정서를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KBL은 이를 소노 구단에만 전달했다. 김 전 감독은 재정위 전에 이미 사퇴한 상태였고, 구단도 이를 대신 전달할 의무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김 전 감독은 KBL에서도, 구단에서도 징계 결과를 직접 통보받지 못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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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는 김 전 감독 측이 KBL에 재심을 요청한 근거가 됐다. 재심이 열리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KBL 규약 제137조 ‘재심’ 1항에 따르면 총재로부터 제재, 제재금 또는 반칙금 부과를 받은 자가 당시의 증거 내용과 명백히 다른 새로운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 당해 당사자는 총재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2항은 재심의 청구 기간은 제재, 제재금 또는 반칙금 부과를 통보 받은 날로부터 15일로 한다. 

 

KBL에 따르면 김 전 감독 측은 정확한 징계 내용을 직접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15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없었으며, 명백히 다른 새로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은 재심 요청이지만, 사실상 규정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기존 판단을 다시 받을 기회를 달라는 주장에 가깝다. KBL 입장에서 절차상 실수가 명백하기 때문에 김 전 감독 측 요청을 받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명백히 다른 새로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김 전 감독 측으로부터 받았느냐’는 질문에 “답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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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대한체육회 회원 단체의 경우 이미 징계가 결정난 상황에서 1심과 2심 주체가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회원종목 단체 스포츠공정위가 열렸고, 재심을 요청하면 대한체육회가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KBL에는 상위 기관이 없으니, 결국 같은 주체가 재정위를 2번 진행하는 꼴”이라고 전했다.

 

실제 KBL 재정위원들은 김 전 감독 최초 징계 당시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같다. 이들은 자신들이 2년 전에 내렸던 징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피해자다. 이번 사안은 피해자가 있는 폭행 사건인데, 논의의 초점이 폭행 책임이나 피해 회복이 아니라 절차 문제로 옮겨갔다.

 

이 결과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징계가 다시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절차상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정작 징계의 본질이 흐려지는 상황은 가볍게 볼 수 없을 듯하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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