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식당 유리창 너머로 두 명의 팬이 문을 두드렸다. 흰머리가 가득한 50대 키 큰 아저씨는 멋쩍게 웃으며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눈빛을 주고받은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이내 “응원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딱 1년 만에 달라진 인지도.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기 힘들던 그는 이제 한국프로농구(KBL) 팬들이 먼저 찾는 이름이 됐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는 손창환 소노 감독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현시점 가장 유명한 KBL 인사는 손 감독이다. 9위까지 추락했던 팀을 5위까지 올려놓으며 고양에 봄을 열었다. 6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SK를 시리즈 전적 3-0으로 완파한 데 이어 정규리그 1위 LG까지 넘어섰다. 포스트시즌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소노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문을 열어젖혔다.
하늘색 물결이 일렁인다. 연일 만원 관중이 들어서는 고양소노아레나서 장내 아나운서가 손 감독의 이름을 부르면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울려 퍼진다. 선수들의 노고 뒤엔 손 감독의 피땀 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애정과 응원이 쏟아진다. 지난 27일 LG를 꺾고 챔프전 진출이 확정된 뒤, 팬들은 다가오는 그의 생일(30일)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노래를 불렀다. 그의 농구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여름 감독 선임 당시만 하더라도, 그의 이름 뒤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화려하지 않았던 이력 때문이었다. 선수 시절 95학번 동기인 조상현·동현, 강혁, 황성인, 조우현, 김성철, 주희정 등 ‘황금세대’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SBS(정관장 전신)에서 4시즌만 뛰고 조용히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구단 홍보팀, 전력분석, 코치를 거치며 닳고 닳도록 버텼다. 모든 업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전력분석 및 코치 생활을 하면서 선수들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으로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지난해 소노 사령탑에 오르기 전 타 구단의 감독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묵묵히 쌓은 페이지가 어느새 한 권의 책이다. 선수단의 지지는 물론,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는 사령탑이 됐다. 이정현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신다. 선수들에게 해야 할 부분을 딱 짚어주신다. 선수단 모두 감독님의 노력을 직접 느끼다 보니 팀이 하나로 더 잘 뭉쳐진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마지막 고지가 남았다. 바로 챔프전이다. 손 감독의 ‘봄 동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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