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학창 시절 생물 시간부터 우리가 상식처럼 믿어왔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1970년대 이후 수십 년간 과학계와 의학계의 정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신 뇌 과학과 재생의학이 이 오래된 믿음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를 내놨습니다. 성인의 뇌, 특히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에서는 90세가 넘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신경세포가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최근 보도된 의학계의 논문을 바탕으로 이 해마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뇌세포 재생 과정에서 뇌세포를 새롭게 싹 틔우는 뇌의 비료라고 할 수 있는 BDNF(뇌 유래 신경영양 인자)의 비밀과 이를 활성화하는 3가지 스위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해마, 내 머릿속의 칠판일 수도 지우개일 수도
우선, 해마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해마는 1cm 정도 너비에 5cm 정도의 길이를 가진 길다란 모양의 뇌 구조물로, 측두엽의 양쪽에 총 2개가 존재합니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데,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수 없게 됩니다.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정보들이 조합돼 하나의 기억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부터 해마가 작용하는데,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해마가 단기간동안 저장하고 있다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삭제하게 됩니다. 해마에 위치한 특수한 부위인 치아이랑(Dentate Gyrus, 치상회)은 뇌의 기억 형성, 특히 일화 기억과 새로운 정보 학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해마 형성체의 필수 구조물로 오늘 말씀드리는 뇌세포 재생과 연관해서 아주 중요한 뇌 부위입니다.
◆BDNF(뇌유래 신경영양 인자), 뇌 줄기세포를 깨우는 뇌 비료
의학계는 인간이 가진 뇌세포를 다 써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1998년 성인의 해마에서 새로운 뉴런이 태어나는 장면이 최초로 포착되며 균열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18년,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발표된 논문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14세부터 79세, 심지어 90세 노인의 뇌를 해부한 결과, 나이와 상관없이 해마의 치아이랑 구역에서 줄기세포가 살아 숨 쉬며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해마의 치아이랑 이라는 부위는 신경 생성 공장인 샘입니다.
그렇다면 이 공장을 가동하는 핵심 열쇠는 무엇일까요? 바로 BDNF입니다. BDNF는 쉽게 말해 뇌에 뿌리는 강력한 비료입니다. 이 물질이 분비되어야 잠자던 뇌 신경 줄기세포가 깨어나 증식하고, 새로운 뉴런으로 성장해 뇌의 기억망에 자리를 잡습니다.
반대로 BDNF가 부족해지면 싹을 틔우지 못한 세포들은 그대로 말라 죽고 맙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신체에 특정한 자극을 줄 때 이 BDNF 스위치가 켜진다고 강조합니다.
◆첫 번째 스위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
첫 번째 스위치는 운동입니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뇌를 깨우는 것은 아닙니다. 고강도 근력 운동만 단독으로 할 경우 해마의 신경 생성 효과는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뇌를 키우는 것은 바로 유산소 운동입니다.
유산소 운동 중에서도 30초간 숨이 턱에 차도록 전력 질주를 하고 짧게 쉬는 것을 반복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 특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할 때 근육에서 뿜어져 나온 젖산이 혈액을 타고 뇌의 방어벽인 뇌 혈관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그대로 통과해 해마로 진입합니다.
저희 유트브나 제 칼럼에서 BBB가 줄기세포가 신경계 질환의 치료에 효과가 제한적인 이유로 여러차례 설명을 드렸던 바로 그 뇌혈관장벽을 운동을 통해 형상된 젖산이 즉각적으로 투과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BDNF 유전자에 불을 붙여 신경 세포를 폭발적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두번 째 스위치: 16~18시간 간헐적 단식
두 번째 스위치는 놀랍게도 ‘안 먹는 것’입니다. 영양분을 잘 섭취를 해야 뇌세포 생성이나 재생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뇌는 배가 고플 때 오히려 똑똑해지도록 진화했습니다.
약 16시간에서 18시간을 굶게 되면 몸 안의 포도당이 바닥납니다. 이때 간은 지방을 분해해 BHB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라는 케톤체를 만들어 뇌로 올려 보냅니다. 뇌는 이를 자원이 부족한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생존을 위해 스스로 BDNF 수치를 수십 배 끌어올려 뇌 기능을 극한으로 각성시킵니다.
저녁 식사 후 다음 날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게 되면 공복시간이 대략 16~18시간 정도가 되기 때문에 몇몇 논문에서는 일상생활 중에서 이를 실천해보는 방법으로 이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 스위치: 마무리 찬물 샤워
마지막 스위치는 바로 찬물 샤워입니다. 따뜻한 샤워 끝에 약 30초에서 1분간 찬물을 뒤집어쓰는 아주 단순한 행동입니다. 신체가 갑작스러운 차가운 충격을 받으면, 뇌는 즉각적으로 각성 신호를 뿜어내며 BDNF 경로를 자극합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짧은 냉 노출만으로도 뇌 성장 신호가 무려 7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지만 아마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몸에 적당한 수준의 불편함을 줄 때, 뇌는 살기 위해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셈입니다. 혹시 저희 유트브 채널에서 냉온욕이라는 영상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 내용도 이해가 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3가지 스위치를 통해 뇌에 새로운 뉴런이 자리 잡게 되면 5가지 극적인 변화가 찾아옵니다. 기억의 녹화 테이프가 늘어나 정보가 뚜렷하게 저장되고, 뇌의 연결망이 촘촘해져 집중력과 판단력이 상승합니다.
또한 전두엽이 강해지면서 화나 우울감 같은 감정 조절이 쉬워지며,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보는 창의력이 생겨납니다. 무엇보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를 예방하고 뇌의 노화를 근본적으로 늦추게 됩니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경도인지장애가 악화되면 치매라는 무시무시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이는 인류 모두에게 재앙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고서 뒤늦게 후회할게 아니라 오늘 언급 드린 뇌를 깨우는 세가지 스위치를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글=오민철 오상신경외과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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