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클래식카 70여대 집결…마니아들 심장이 뛴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아난타라 호텔&리조트 주최
클래식카 가치·보존 상태 등 평가
람보르기니 등 럭셔리카 총출동
1932년형 마세라티가 최고 영예
4월 로마서 최저 95유로로 관람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에 출품된 클래식카 앞에서 노신사가 차량을 관리하고 있다. 해시컴퍼니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에 출품된 클래식카 앞에서 노신사가 차량을 관리하고 있다. 해시컴퍼니

클래식카 애호가라면 매년 4월 이탈리아 로마를 찾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로마의 심장부에서 이탈리아 자동차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세계적 클래식카 축제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가 새롭게 출발했다.

 

◆60년 만에 깨어난 로마의 전설, ‘콩쿠르 드 엘레강스’의 부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첫 아난타라 콩코르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지난 60여 년간 로마에서 자취를 감췄던 ‘콩쿠르 드 엘레강스(Concorso d’Eleganza)’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자리다. 단순한 자동차 전시가 아니라 이탈리아 자동차의 역사와 디자인, 엔지니어링, 로마식 환대와 미식,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축제로 꾸려졌다.

 

콩쿠르 드 엘레강스는 자동차 산업 초기부터 이어져 온 권위 있는 자동차 문화 행사다. 속도를 겨루는 레이스와 달리 디자인 미학, 역사적 가치, 보존 상태, 엔지니어링 완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고 수준의 클래식카를 선정한다. 이번 행사는 이 전통을 로마라는 도시의 역사성과 결합해 새롭게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행사는 마이너 인터내셔널의 아난타라 호텔&리조트가 주최했다. 마이너 그룹은 이번 행사를 아난타라를 대표하는 럭셔리 문화 콘텐츠로 브랜드화한다는 구상이다. 호텔이 도시의 문화 경험 자체를 설계한 셈이다.

 

무대는 로마 중심부.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이 거점 역할을 맡았다. 이 호텔은 레푸블리카 광장에 자리한 19세기 대리석 궁전을 복원, 나이아디 분수를 내려다보는 입지를 갖췄다. 로마를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은 도심 속에서 이탈리아 클래식카의 희소성과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마주했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에 참가한 1968 비짜리니 5300 GT가 로마 시내를 달리고 있다. 마이너 그룹 제공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에 참가한 1968 비짜리니 5300 GT가 로마 시내를 달리고 있다. 마이너 그룹 제공

◆94년 만에 나타난 16기통 마세라티, 로마 도심 질주

올해 콩코르소에는 192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이탈리아 자동차 70여 대가 참가했다. 출품 대상은 이탈리아 자동차인 ‘아우토모빌리 이탈리아네(Automobili Italiane)’로 한정됐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자동차사의 흐름을 16개 클래스로 나눠 조명했다.

국제 심사위원단은 아돌포 오르시 수석 심사위원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최고 영예인 ‘베스트 오브 쇼’는 1932년형 마세라티 V4 스포츠 자가토‘가 차지했다. ‘세디치 칠린드리’로 잘 알려진 이 모델은 4리터 16기통 엔진을 탑재한 역사적 차량이다. 1929년 세계 속도 기록을 세운 모델로, 이번 행사를 통해 94년 만에 로마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카시나 발라디에르에서 열린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 차량 공개 행사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해시컴퍼니
카시나 발라디에르에서 열린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 차량 공개 행사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해시컴퍼니

주요 수상작에는 이탈리아 자동차사를 대표하는 모델들이 이름을 올렸다. ▲1968년형 람보르기니 P400 미우라 ▲1986년형 페라리 테스타로사 스파이더 ▲1959년형 마세라티 3500 GT 비냘레 스파이더 프로토타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에 출품된 클래식카가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에 출품된 클래식카가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반세기 넘은 클래식카들의 질주 … 도로 위에서 완성된 헤리티지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퍼레이드였다. 참가 차량들은 전날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 앞에 모였다. 붉은 천 아래 정갈하게 정리된 차량들이 하나씩 공개됐다. 차량들은 다음날 오전 호텔 앞에서 출발해 로마 시내를 달렸다. 오너가 직접 운전하기도 했고 오너가 참석하지 못한 경우에는 메카닉이 운전대를 잡았다.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호텔 앞에 클래식카들이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 출격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붉은 커버가 인상깊다. 해시컴퍼니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호텔 앞에 클래식카들이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 출격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붉은 커버가 인상깊다. 해시컴퍼니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호텔·리조트 전문가인 이한나 해시컴퍼니 대표는 “적어도 40년 이상, 길게는 반세기 넘게 관리된 차들이 여전히 시동이 걸린 채 로마의 도로 위에서 움직였다”며 “클래식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에 전시된 클래식카 앞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에 전시된 클래식카 앞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퍼레이드는 참가자들만의 행사로 머물지 않았다. 로마를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도 길가에서 자연스럽게 이를 지켜봤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까지 많은 이들이 차가 지나갈 때마다 사진을 찍고 환호했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클래식카를 둘러보며 현장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클래식카를 둘러보며 현장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F1 전담팀 딜리버리부터 유럽 메카닉 집결

아난타라 콩코르소는 지난해 첫 행사를 열 예정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서거로 취소됐다.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와 콩코르소 운영팀은 1년간 이를 다시 재정비했다. 흥미로운 점은 첫 개최 전보다 참가 규모와 관심이 오히려 커졌다는 것. 관계자에 따르면 한 차례 연기에도 올해 참가자는 당초 첫해 참여 예정자보다 약 2배 늘었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와 관람객들이 전시 차량 주변에 모여 있다. 마이너그룹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와 관람객들이 전시 차량 주변에 모여 있다. 마이너그룹

참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품비는 약 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차량 운송, 정비, 체류 비용까지 고려하면 콩코르소 참여는 단순한 취미의 영역을 넘어선다. 고가의 희귀 차량을 함부로 이동시킬 수 없기 때문에 F1 차량 운송을 담당하는 전문 에이전시가 딜리버리를 맡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행사가 시작되면 차 한 대만 오는 게 아니다. 차량을 관리하기 위한 메카닉, 운송 인력, 행사 운영 인력이 함께 움직인다. 어떤 메카닉은 영국에서, 또 다른 메카닉은 독일에서 왔다. 이들 중에는 레이서 출신으로 은퇴 후 클래식카 관리와 복원 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이들도 있었다. 콩코르소는 자동차 한 대의 전시가 아니라 차를 둘러싼 기술과 사람, 산업 전체가 함께 이동하는 행사였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에서 심사위원들이 열심히 심사하고 있다. 마이너 그룹 제공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에서 심사위원들이 열심히 심사하고 있다. 마이너 그룹 제공

◆95유로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럭셔리 카 문화’

행사 기간 아난타라와 마이너호텔그룹은 투숙과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을 중심으로 NH 컬렉션, NH, nhow 등 마이너호텔그룹 계열 호텔들이 참가자와 관람객의 체류 거점 역할을 맡았다.

 

 마이너호텔그룹이 로마에 다수의 호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운영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호텔에 머물며 데일리 프로그램과 파티, 전야제, 갈라디너 등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콩코르소는 도시와 호텔, 미식, 사교, 자동차 문화가 결합된 체류형 럭셔리 콘텐츠로 완성됐다.

 

관람객을 위한 접근성도 열어뒀다. 가장 기본형인 ‘엔트리 온리 티켓’은 콩코르소 기간 중 하루를 선택해 빌라 보르게세 내 콩코르소 쇼필드에 입장할 수 있는 1일 관람권이다. 가격은 95유로. 고가의 VIP 패키지나 호텔 숙박을 이용하지 않아도 차량 전시와 현장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도 로마 여행 일정에 하루를 더해 경험할 수 있는 문화 행사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 전용 호스피털리티와 식음 프로그램을 만끽할 수 있는 패스도 있다. 로마의 역사적 공간 팔라초 브란카치오에서 열리는 블랙타이 형식의 ‘콩코르소 셀러브레이션 디너’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클래식카를 둘러보며 현장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클래식카를 둘러보며 현장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골동품과 문화의 ‘한 끗’ 차이… 애정·기술이 만든 ‘진짜 헤리티지’

이 대표는 이번 행사가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섰다고 평했다. 참가자와 패키지 가격은 물론 세계적 수준이지만, 행사의 본질은 과시가 아닌 자동차 그 자체에 있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화제성에 기대지 않고, 모든 시선을 끝까지 자동차에 머물게 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 대표는 아난타라 콩코르소가 본질에 충실할 수 있었던 이유로 ‘헤리티지’를 꼽았다. 그는 “비싼 차라고 해서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그 차가 지닌 역사와 보존 상태, 그리고 오너가 쏟은 애정의 밀도”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은 골동품에 그치지만 기술과 기록, 시간이 쌓인 물건은 비로소 문화적 가치를 얻는다는 분석이다. 1960년대 생산된 차가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보닛 안쪽부터 부품 하나하나까지 관리해온 행위 자체가 곧 럭셔리라는 것.

관람객들이 로마 레푸블리카 광장에 위치한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을 지나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관람객들이 로마 레푸블리카 광장에 위치한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을 지나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아난타라가 설계한 ‘라 돌체 비타’의 순간

아난타라 콩코르소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향유하는 감각)’로 상징되는 이탈리아식 삶의 미학을 자동차 문화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희귀 이탈리아 자동차 70여 대는 로마의 고전적 풍경과 어우러지며 시간과 애정, 기술과 기억이 한데 움직인 순간을 만들었다.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 앞에 콩코르소 참가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 앞에 콩코르소 참가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해시컴퍼니 제공

무엇보다 호텔이 이 거대한 문화 행사를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난타라는 숙박 시설의 역할을 넘어 도시를 향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설계했다. VIP 참가자에게는 품격 있는 체류 경험을, 일반 관람객에게는 로마의 정체성이 담긴 독보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며 공공의 문화 콘텐츠를 창조해냈다. 호텔업이 도시의 문화를 직접 큐레이션하며 새로운 여행의 목적을 제안하는 단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윌리엄 E. 하이네케 마이너 인터내셔널 회장은 “이번 제1회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는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행사였다”며 “역사적인 이탈리아 차량들을 한데 모으고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 로마를 배경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