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형이 솔선수범하는 데 따라가야죠”부터 “왜 다들 현수, 현수하는지 알겠다”까지, 후배들과 사령탑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이름으로 모인다.
프로야구 KT가 ‘타격기계’ 김현수의 존재감에 활짝 웃고 있다. 단지 방망이만 뜨거운 게 아니다. 타선의 중심을 잡고, 더그아웃 분위기를 다독이며, 동료들에게는 기꺼이 본보기가 된다. 베테랑의 품격이 마법사 군단의 초반 상승세와 맞물려 더욱 또렷하게 빛나는 중이다.
KT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선을 자랑한다. 23일 기준 팀 타율 0.289로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라 있는 데다, 안타(225개)와 득점(139점), 타점(131개) 모두 선두다.
가히 최강 타선의 면모다. 늘 마운드에 비해 공격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 중심엔 스토브리그를 거쳐 올 시즌 KT 유니폼을 처음 입은 김현수와 최원준, 한승택 등이 있다.
특히 김현수는 중심타선의 무게를 책임지고 있다. 22경기에서 타율 0.316(95타수 30안타) 3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최근엔 팀 주축 타자 안현민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잠시 이탈하자 3번 타순까지 맡았다. 이 자리에서도 성과는 좋다. 3번 타자로 치른 7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888을 써냈다. 지난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전에서도 2루타 1개를 포함한 2안타 활약으로 스윕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무엇보다 16승6패로 리그 단독 선두다. 팀 내부에선 ‘김현수 효과’를 외친다. 하지만 정작 김현수 본인은 고개를 젓는다. “우리 팀 선수들이 준비를 정말 잘했다”고 강조했다. 겨우내 착실하게 쌓아온 준비, 그리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에 그친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의지가 지금의 호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외야수 안현민과 내야수 허경민 등 주축 자원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배경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오윤석, 이정훈 등 꾸준히 기회를 기다려온 선수들이 철저히 준비해 왔기에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현수는 이를 두고 단순한 ‘버티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자기 자리를 잡기 위한 불안함들이 모여 KT에겐 큰 동력이 되고 있다. 당장 김현수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내가 운동을 많이 하는 건 불안해서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소 많이 나가지 못하던 선수들도 준비를 정말 철저히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바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을 버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기회를 잡으려는 모습이 나온다. 별도의 팀 미팅 없이도 선수들 스스로 그렇게 움직이는 점이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훈련량부터 남다르다. 먼저 움직면서 같은 팀 선수들을 이끌어 가는 위치다. 그는 “일단 내가 먼저 열심히 해야 할 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힘들긴 하지만 아직은 야구가 좀 즐거운가 보다”고 웃었다.
나아가 때로는 팀을 위한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을 다독이고, 필요할 때는 싫은 소리도 해야 한다. “독려도 많이 하는 편이다. 동시에 야구장에 나와서 재미있게 하자고 얘기도 하고, 잔소리도 많이 한다”고 운을 뗀 김현수는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한다. 내가 형인데 어떻게 하겠나”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팀에서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을 누구보다 또렷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령탑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현수 데리고 있던 감독들은 정말 기분 좋았겠다”는 것이 이강철 KT 감독의 입버릇일 정도다. 그러면서 “무사 1루에 김현수가 대기 타석에 있으면 번트를 대서라도 1사 2루를 만들고 김현수에게 득점권 기회를 주겠다. 90% 확률로 적시타가 나고, 점수가 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찬스를 몰아줄 가치가 충분한 타자, 결국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가장 믿음직한 선봉장을 앞세워 나아간다. 수장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면서도, 후배들이 등을 보고 따라가는 선배이기도 하다.
들뜨지 않은 채로 내일을, 이 다음을 꿈꾼다. 어느덧 한 달 가까이 달려왔지만, 앞으로도 5개월 이상 긴 레이스가 남아 있을 터. 더 멀리 보고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현수는 “좀 더 뒤에 가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선수들과 잘 이야기해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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