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굿바이③] '부러운 경기장’ 일본에서 찾을 힌트…기자들의 취재기 2탄-오키나와 아레나

사진=최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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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레나와 오모시로이데스(경기장이 재밌습니다).”

 

 일본의 오키나와, 한국으로 치면 제주도 같은 섬이다. 본토에서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유일한 농구장은 공항과도 멀다.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 남짓 이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 B리그 류큐 골든킹스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구름관중이 모인다. 이곳은 바로 오키나와 아레나다. 매 경기 8000명 안팎의 관중이 모인다. 목적 자체가 다르다. 단순한 경기 관람이 아닌, 농구로 하루를 채우기 위한 발걸음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 도착했지만, 경기장 주변은 이미 인파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끌어당긴 건 굿즈샵이다. 입구 근처 1층에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규모부터 남다르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발걸음이 멈춘다. 마스코트로 꾸며진 포토존이 자리했다. 굿즈는 유니폼과 키링은 기본, 마스코트가 새겨진 아기용품까지 빼곡하다. 단순히 굿즈를 파는 공간이 아닌, 팬을 머물게 하는 공간이라 느껴졌다.

사진=최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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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 입구를 지나치면 분위기가 또 한번 바뀐다. 푸드코트가 펼쳐진다. 웬만한 백화점 못지 않다. 마스코트와 구단 특징을 살린 음식들이 즐비하다. 공간 역시 남다르다. 바닥은 코트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고, 작은 테이블 중앙엔 농구공이 박혀 있다. 코트를 밟기도 전에도 농구장 한가운데에 들어온 기분이다.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이 다시 꽂힌다. 4층까지 빽빽하게 채워진 관중석이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3층 일부분엔 VIP룸이 자리했고, 4층 한편엔 아이들이 뛰어놀면서도 농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경기장은 최대 1만명 수요로, 현재는 8500석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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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전광판이다. 4면 대형 스크린이 경기장 중심을 장악한다. 크기에서 한 번, 화질에서 또 한 번 놀란다. 체감은 4K 수준. 코트석을 위한 미니 전광판도 따로 있다. 대형 스크린 하부 안쪽, 완만한 각도로 배치돼 있다. 어느 자리에서도 놓치는 장면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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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움엔 끝이 없다. 관중석 내부에도 매점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개방형 구조다. 관중석과 매점 사이에 벽이 없다. 음식을 주문하며 줄을 서 있는 순간에도 시선은 코트를 향한다. 경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한국 일부 야구장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지만, 농구장에서는 드물다. 개방형 콘코스 구조를 떠나, 매점이 잘 갖춰져 있는 경기장 자체가 드물다.

사진=최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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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개관한 오키나와 아레나는 아시아 최초의 미국프로농구(NBA)식 구장이다. 또 하나 숨은 포인트는 8각형 구조다. 일반적인 원형 구조보다 시야가 넓다. 실제로 가장 높은 자리에서도 코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디든 시야 방해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경기 후 만난 류큐 관계자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는 오키나와 아레나보다 더 크고 좋은 신식 경기장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다는 설명이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B리그는 올해 ‘프리미어리그’ 출범을 앞두고 까다로운 기준을 내걸었다. ▲관중석 5000석 이상과 스위트룸 보유 ▲관중 수 평균 4000명 이상 ▲매출액 12억엔(약 110억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환경이 리그를 만들고, 리그가 다시 환경을 바꾸는 발전형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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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과의 격차, 경기력만이 아니다. 문화에서 이미 벌어졌다. 한국이 사기업,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이, 일본은 가속도로 질주했다. 이제 시선은 잠실로 향한다. 새로 지어질 경기장만큼은 달라야 한다. 단순한 크기보다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팬들이 바라는 건 머물고, 즐기고, 다시 찾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지금의 일본을 따라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50년 뒤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오키나와=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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