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가득찼던 고교시절,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은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새롭게 받아든 임무는 세터,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서툰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숱하게 공을 뿌렸다. 낮에는 구슬땀, 밤에는 눈물을 흘려가며 우직하게 앞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이 아이는 10년 후 계약 기간 3년,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상한 최고액인 5억4000만원이라는 자유계약(FA) 계약서를 받아든다. 개인 통산 베스트7 수상만 4번에 빛나는 여자배구 최고의 세터, 바로 김다인(26·현대건설)이다.
김다인은 2025∼2026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획득했다. 최대어였던 만큼 복수 구단의 제안을 받았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다양한 길을 열어뒀다. 하지만 5년을 동거동락한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의 구애와 설득에 마음을 열었다. 김다인은 “감독님께서 앞으로의 비전과 저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셨다. 고민이 됐지만 감독님을 믿고 가자는 생각이 컸다”며 “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아 3㎏이나 몸무게가 빠졌지만 사인을 딱 하는 순간 홀가분해졌다”고 미소 지었다.
처음부터 명세터는 아니었다. 초등학생 시절 배구공을 잡은 그는 아웃사이드 히터와 리베로로 성장했다. 하지만 고교시절 팀 선수 부족으로 갑작스럽게 세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단시간에 적응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포항여고로 전학까지 가야 했다. 1년 유급까지 하면서 훈련에 매진했다. 김다인은 “실패하더라도 성인 무대에 가기 전까지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2017~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쟁쟁한 선수들 틈 사이에서 후순위로 밀렸지만 노력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기쁨도 잠시, 당시 현대건설에는 이다영이 주전 세터로 버티고 있었다. 데뷔 첫 시즌 3경기 출전에 그쳤고, 프로 2년 차였던 2017∼2018시즌 단 한경기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레전드 세터 출신의 이도희 감독은 김다인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묵묵히 버티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4년 차였던 2020~2021시즌 개막전 선발 세터로 코트를 밟으며 정상을 향한 비행의 시작을 알렸다. 김다인은 “늘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나하나 채워나가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절대 남과 비교하지 않았다. 단지 스스로 나아지는 게 중요했다. 한순간도 게을렀던 순간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다음 시즌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3년 계약을 했는데, 그 기간에 최소 한 번 이상 우승하는 게 목표”라며 “좋은 대우를 해주신 만큼 책임감이 든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리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팀의 대들보였던 양효진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중심에 선 김다인이다. 그는 “더욱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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