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몰고 온 뮤지컬 붐…커진 시장, 더 짙어진 쏠림

사진 설명= 스타 출연 여부가 공연의 흥행을 가르는 시대다. 팔리는 무대만 팔린다는 공식 속에 공연시장은 양적 팽창과 질적 편중을 동시에 겪고 있다. 사진은 뮤지컬 웃는 남자 무대에 오른 NCT 도영.
사진 설명= 스타 출연 여부가 공연의 흥행을 가르는 시대다. 팔리는 무대만 팔린다는 공식 속에 공연시장은 양적 팽창과 질적 편중을 동시에 겪고 있다. 사진은 뮤지컬 웃는 남자 무대에 오른 NCT 도영. 

#직장인 김지윤(32) 씨는 뮤지컬 데스노트 예매를 위해 최근 반차를 쓰고 PC방을 찾았다. 그러나 결과는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의 향연이었다. 김씨가 노린 날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출연 회차. 같은 공연이지만 스타 배우가 없는 회차는 당일에도 잔여석이 넉넉했다. 김씨는 “작품도 좋지만 솔직히 그 배우를 보러 가는 것”이라며 “티켓값이 17만원 수준으로 적지 않지만 기꺼이 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스타가 출연하는 회차와 그렇지 않은 회차의 매출 격차는 최대 5~10배에 이른다. ‘스타 캐스팅 없이는 제작비 회수조차 어렵다’는 업계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국내 공연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다. 스타 캐스팅이라는 엔진을 단 뮤지컬이 외형 성장을 주도하며 시장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나 성적표를 한 꺼풀 들추면 수도권 집중과 장르 간 온도 차라는 뼈아픈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누가 나오나’가 흥행 공식

 

2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1조7326억원, 예매 수는 2477만매에 달했다. 그 중심에 뮤지컬이 있다. 판매액 4988억원, 예매 수 853만매로 성장을 이끌었다.

 

일등 공신은 단연 스타다. 베르테르 엄기준·김민석, 물랑루즈 이석훈, 웃는남자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발돋움한 NCT 도영 등이 대표적이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배우의 기용은 뮤지컬의 문턱을 낮췄고 강력한 팬덤은 곧바로 티켓 구매력으로 이어졌다.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뮤지컬이 스타 캐스팅을 발판 삼아 대중적 화제성과 산업적 규모를 동시에 갖춘 메인스트림 장르로 탈바꿈한 것이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서버가 마비되는 풍경은 이미 일상이다. 누가 출연하느냐가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 척도가 됐다.

 

◆판매액 82% 쏠린 수도권… 커진 파이, 그들만의 리그

 

문제는 외형적 성장이 시장의 질적 건강함까지 보장하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의 과실이 특정 지역과 장르에만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공연시장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판매액 비중은 82.7%에 육박했다. 뮤지컬 장르로 좁혀보면 상황은 더 극단적이다. 뮤지컬 판매액의 76.6%가 서울에서 발생했다. 전국 단위의 호황처럼 보이지만 실제 자본이 흐르는 곳은 서울 대형 공연장뿐이라는 의미다. 시장의 파이는 커졌으나 지역으로 번지지 못한 채 중심부에 머물고 있다.

 

◆공급 과잉 경고등… 스타 권력 너머를 봐야

 

업계는 지금의 호황을 마냥 장밋빛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뮤지컬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 증가 폭이 더 컸다. 그럼에도 관객의 시선은 검증된 대작과 스타 출연작에만 머물렀다. 무대는 늘었지만 팔리는 무대는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스타 캐스팅 없이는 제작비 회수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고민은 여기서 나온다. 작품의 경쟁력과 지역 공연 문화의 자생력이 받쳐주지 않는 1조7326억원은 신기루다. 커진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공연 시장의 다음 20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또 다른 분야의 스타들이 더 많이 진출할 것이기 때문에 각 분야의 경계는 당연히 무너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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