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잘 크고 있는걸까?"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아이가 또래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성장 과정에 이상은 없는지 여부다. 이때 함께 살펴봐야 할 대표적인 요인으로 성조숙증, 갑상선 질환, 소아비만 등이 꼽힌다.
문제는 이런 성장 관련 이슈들이 한 번의 진료만으로 쉽게 판단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장 상태를 정확히 보려면 성장곡선상 위치, 골연령, 호르몬 이상 여부, 체지방 상태,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맞춘 지속적인 진료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겪는 건강 문제가 한층 다양해지면서,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떤 증상을 어느 진료과에서 봐야 하는지 혼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재은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성장과 성조숙증, 갑상선 질환, 소아 비만, 당뇨병등 소아 내분비 관련 질환을 집중적으로 진료한다. 정 과장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사를 거쳐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학 임상 강사를 지냈다. 현재도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외래 강사로 활동 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대한비만학회 정회원이다.
정재은 과장에게 아이들의 성장 문제로 고민하는 보호자들의 고민에 대해 물었다.
-학부모들이 소아 내분비 진료를 찾을 때 가장 많이 느끼는 어려움은.
“아이 성장 문제는 부모 입장에서 기다리기가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또래보다 사춘기가 빨라 보이거나,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키가 기대만큼 자라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 불안해 질 수밖에 없다. 보호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어떤 병원을 찾아갈지, 또 언제 가봐야 할지 결정하는 부분일 것 같다.
성장 관련 진료를 보는 곳은 많지만,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소아 내분비 전문의를 찾는 게 유리하다. 시기가 고민될 때는 검진 차원에서라도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간혹 늦게 크겠지, 기다리다가 성장판 성장이 진행되거나 사춘기가 많이 진행한 상태로 오는 경우가 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다른 발달 이상이 없다면 지나치게 이른 시기보다는 일정 시점까지 경과를 보면서 평가를 고려할 수 있다. ”
-성조숙증은 어떤 경우에 의심해야 하나.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 멍울이 만져지거나 통증이 발생한 경우, 남아는 만9세 이전에 고환이 4㎖ 이상 커지기 시작한 경우이다. 다만 사춘기가 조금 빨라 보인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골연령이 얼마나 앞서있는지, 성장 속도가 어느정도인지, 최종키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지, 아이가 심리적으로 어떤 부담을 느끼는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치료를 결정하게 된다.”
-살이 키로 간다고 하는데, 소아 비만은 어떻게 봐야 하나.
“소아 비만은 단순히 통통한 체형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성장기 비만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대사 이상, 지방간 같은 합병증의 위험도를 높이며, 성인기로 넘어가더라도 발병 시기가 앞당겨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소아 비만율은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2022~2024년 기준 소아(6~11세) 비만 유병율은 13.6%, 청소년(12~18세)은 15.1%로 10년 전보다 각각 4.9%포인트, 3.6% 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의학적으로 평가가 필요한 질환이다. 잘 먹어야 잘 크는 것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정상 체중을 벗어난 과체중과 비만한 상태는 오히려 골 연령을 촉진하여 최종 예측 키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적정한 체중 유지가 필요하며, 비만을 진료할 때는 아이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생활 습관까지 전반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 질환도 성장 문제와 연결해서 봐야 하나.
“갑상선 호르몬은 성장과 대사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피로감이나 체중 변화, 성장 속도 저하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갑상선 기능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 없던 두근거림, 떨림, 심한 체력 저하, 의도하지 않은 체중 증가와 감소 등의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생활 습관이 있다면.
“음료수 섭취다. 이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많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주스나 음료수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물 이외의 음료에는 단순당이나 과당이 많이 포함돼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섭취하는 음식의 양과 종류뿐 아니라,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마시는 음료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조숙증과 관련해서는 환경 호르몬 노출을 줄이기 위한 생활 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나 랩에 뜨거운 음식이 직접 닿는 상황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아 비만 진료와 식단 조절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소아 비만은 ‘덜 먹고 더 움직이자’ 한마디로 끝낼 수 없다. 아이마다 성장 단계가 다르고, 가족 식습관과 수면 패턴, 운동 습관, 스트레스, 내분비 질환 동반 여부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한 체지방 평가와 함께 혈압을 확인하고, 혈액 검사를 통해 간 기능 이상, 지질 수치, 혈당 수치 등을 확인하여 합병증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환아와 보호자가 함께 전문 영양 상담을 통해 생활 전반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주기적인 진료를 통해 체중의 변화와 합병증 진행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생활 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얼마나 구체적이고 오래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지가 진료의 핵심이다. 특히 성장기에는 체중 자체보다 체지방 비율과 성장 속도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약 전성시대다. 아이들도 사용 할수 있나.
“원칙은 분명하다. 생활 습관 교정이 우선이다. 약물은 이를 대체하는 지름길이 아니라 보조적으로 검토하는 치료다. 생활 습관 교정을 6개월 정도 지속해도, 합병증이 악화되거나 체중 증가 속도가 빠른 경우 약물 치료를 고려 할 수 있다. 약물에 따라 일정 나이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안전성과 적응증, 동반 질환의 상태, 성장 상태를 모두 고려하여 경구 약물 혹은 주사제 등을 고려 해볼 수는 있다.
비만약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 FDA(식품의약국)의 지침에 따라 일부 약물이 소아청소년에게 허가된 약물이 있다.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삭센다와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인 큐시미아를 12세 이상 비만 청소년의 만성 체중관리 적응증으로 승인했다. 두 약제 모두 식사·운동요법에 더해 쓰는 보조 치료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주1회 주사를 맞는 위고비가 12세 이상에서 허가됐다. 6개월 생활 습관 교정에도 지속적으로 고도 비만인 상태인 경우, 혹은 체중 감량에 많은 어려움을 겪거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약물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소아 성장 치료에서 지역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이 왜 중요한가.
“내분비 질환은 한번 보고 끝나는 경우 보다 지속적인 진료가 대부분 필요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상급 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비만이나 성장 관련 진료의 경우 성장 속도와 체중 변화, 검사 결과를 일정 간격으로 이어서 봐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방문이 필요하다.
멀리 있는 병원을 오가는 부담이 커질수록 아이와 부모도 지치기 쉽고, 매번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줄일 수 있어 접근성이 편리한 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끝으로 학부모들에게 제언해달라.
“아이의 성장과 성조숙증, 비만, 갑상선·당뇨와 같은 내분비 질환은 단순한 수치나 한 번의 진료로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전체 성장 과정 속에서 꾸준히 살펴봐야 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성장이나 소아비만 문제로 막연한 불안으로 기다리기보다는, 필요할 때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게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 가능하다면 소아 내분비 전문의와 상의해 아이에게 맞는 방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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