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 두피를 볼 일이 전혀 없었어요. 한국에서 제 두피를 처음 들여다 봤습니다.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지니 카르티에 솔로 식스스타트래블 대표)
K-뷰티가 쇼핑을 넘어 ‘럭셔리 체험 콘텐츠’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세계 최대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 버츄오소 회원사들이 한국에서 한국식 뷰티 프로그램을 경험한 뒤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다.
버츄오소는 전 세계 58개국, 1200여 개 여행사와 2만명 이상의 여행 어드바이저로 구성된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다. 이들은 연간 약 35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중개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서울에서 버츄오소와 ‘2026 버츄오소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동북아시아에서 버츄오소 행사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58개국 럭셔리 관광업계 대표급 의사결정권자 3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약 70%가 첫 방한객이었다.
관광공사는 이번 심포지엄의 일환으로 서울 콘래드호텔 스튜디오에 한국에서의 시그니처 경험인 K-뷰티 세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메이크업뿐 아니라 한국식 뷰티 경험 자체가 강세다. 이를 반영하듯 ▲퍼스널컬러 분석 ▲K-메이크업 가이드 ▲두피분석 부스가 들어섰다.
메이크업 제품을 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색과 스타일, 관리법을 직접 진단받고 체험하는 한국식 뷰티 경험을 보여주기 위한 구성이다.
◆K-뷰티 시그니처 ‘퍼스널 컬러’… 모든 성별·연령대 위한 경험
우선 K뷰티 경험하면 떠오르는 게 퍼스널 컬러 분석이다. 피부톤과 인상, 분위기를 종합해 어울리는 의상·메이크업·헤어 컬러를 찾아준다.
캐나다 YYZ트래블그룹의 알렉산드라 펠츠 대표는 “퍼스널 컬러를 찾는 과정은 모든 성별과 연령대를 위한 경험이 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섬세하게 분석받아보니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식 뷰티 컨설팅은 색 진단에 그치지 않는다. 얼굴형 분석과 메이크업, 패션 스타일링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찾아주는 부스가 열렸다. 우선 얼굴형을 분류한 뒤 하이라이터와 셰이딩, 블러셔 위치를 제안한다. 이와 함께 어울리는 속눈썹 디자인까지 연계해 메이크업 솔루션을 제공한다.
펠츠 대표는 “캐나다에서도 메이크업 강습은 받을 수 있지만, 한국처럼 이를 정교한 브랜드이자 하나의 문화로 만든 곳은 드물다”며 “한국은 이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두피도 피부… 새로운 K-안티에이징 트렌드
두피 관리에 대한 관심도 컸다. 이는 한국의 떠오르는 안티에이징 트렌드 중 하나다. 몇 년 전만 해도 ‘괄사’ ‘경락’ 등 얼굴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 대세였다. 하지만 두피 역시 피부의 일부이고 두피가 무너지면 얼굴 아래까지 악영향을 받는다는 인지도가 커지면서 해당 분야가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두피관리는 한국의 독특한 뷰티문화로 성장했다.
이 분야의 선도주자가 ‘에코쟈뎅’이다. 이미 대다수 지점의 방문객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특별히 해외 소비자 대상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인스타그램·틱톡에서 소위 조회수가 ‘터졌다’. 두피 분석, 헤드 스파, 데콜테 마사지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경험하기 어려운 비주얼과 관리가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준영 에코쟈뎅 사장은 “고객 유입의 80~90%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외국인 고객들은 한국인 고객과 달리 ‘인삼 향’을 선호한다. 아무래도 한국적인 소재와 향에 신뢰를 보이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지니 카르티에 솔로 식스스타트래블 대표는 “두피나 모발 분석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며 “나이가 들면 두피가 건조해지고 머리카락도 점점 가늘어진다. 이같은 분석과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을 한번에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K-뷰티 “한번쯤 들어본, 그래서 경험하고 싶은”
K-뷰티는 이제 외국인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라 ‘한번쯤 들어본, 그래서 한국에 오면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것’에 가까워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150만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 크리에이터도 현장을 찾았다. 그는 “K뷰티에 대한 해외 관심이 최근 더 뚜렷해졌다”며 “과거에는 단순히 한국 화장품이나 메이크업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스킨케어 성분과 시술, 홈케어 디바이스까지 관심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PDRN, 콜라겐 등 이른바 기능성 성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한국 방문을 앞두고 어떤 시술을 받을지 미리 찾아보는 수요도 적지 않다”며 “제 주변의 20대들도 어떤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유명한지, 어떤 성분이 좋은지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크리에이터는 퍼스널 컬러와 두피 관리 역시 K뷰티의 확장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봤다. 퍼스널 컬러는 이미 한국식 진단 체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고, 두피 케어 또한 한국이 루틴과 제품 측면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그는 “미국에서는 헤어오일 정도를 제외하면 두피 전용 제품에 대한 인식이 아직 크지 않고, 탈모 역시 한국처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문화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전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이 곧 럭셔리”
K-뷰티와 한국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이를 직접 경험한 해외 소비자는 아직 많지 않다. 버츄오소 컨설턴트의 70%가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는 점도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럭셔리 여행 시장에서는 이런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미경험의 영역’이 새로운 매력으로 통할 수 있다.
버츄오소 컨설턴트들은 K-뷰티 프로그램이 럭셔리 고객층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봤다. 이들이 말하는 럭셔리는 단순히 값비싼 소비재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배우게 하며,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 곧 럭셔리라는 설명이다.
펠츠 대표는 “자기 자신에 대해 기분 좋게 느끼게 해주는 것, 가치 있거나 흥미로운 무언가를 배우게 해주는 것, 그리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라면 그것이 곧 럭셔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르티에 대표도 “미국에 돌아가면 고객들에게 한국을 추천하게 될 것 같다”며 “럭셔리 고객층에게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목적지”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처럼 이미 자리 잡은 인기 럭셔리 여행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흥 럭셔리 목적지’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짚었다. 카르티에 대표는 “한국은 여성 고객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며 “제주신라호텔에서 얼굴 관리와 상체 마사지를 받았는데 제가 받아본 것 중 최고 수준의 스파 트리트먼트 가운데 하나였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우선 한방 뷰티 역시 새로운 럭셔리 데스티네이션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방 재료와 술기를 사용한 뷰티 경험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펠츠 대표는 “이번에 이문원한의원을 방문했는데 한방과 접목된 탈모 치료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방 뷰티를 비롯해 인삼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북촌 설화수의 집, 공연과 브랜드 철학을 접목한 LBB 아트 하우스 등 K-뷰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도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한국의 미감과 관리 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목적지로 부상했다. K-뷰티가 한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시그니처 경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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