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②] 선거판의 반복되는 문법… 검증 없이 반복되는 ‘패턴 정치’

사진=청주시 제공
사진=청주시 제공

“선거철에 속지 말자, 삽 뜨기 전까지는 안 믿는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스포츠 공약, 희망고문을 학습한 팬들은 이미 지쳐 있다. 정치권은 대중의 관심이 높은 분야를 앞세워 표심을 자극한다. 그중에서도 스포츠는 가장 손쉬운 소재다. 후보들은 경기장 건립, 프로 구단 창단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정작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응원하는 팀의 발전을 위해 행사했던 소중한 한 표는 당선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반복되는 실망은 결국 불신이 됐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스포츠를 앞세운 공약이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이행으로 이어진 경우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강운태 전 광주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야구장 건립이다. 강 시장은 재임 시절이었던 2011년 착공해 2014년 광주 시민의 숙원이었던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완공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강 시장의 행보는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범일 전 대구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당시 약속했던 신축 야구장 건립을 이행하지 못했다. 대신 포기하지 않았다. 재선 이후 다시 추진에 나섰다. 2012년 신축 야구장 첫 삽을 뜬 뒤, 2016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이 같은 공약 이행은 지역의 자산으로 남고 오늘날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의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예외’에 가깝다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뒤 스포츠 공약은 조용히 사라진다. 재정 문제, 행정 절차, 환경 논란 등 다양한 이유가 뒤따르지만 결말은 늘 비슷하다. 축소·지연되다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부산 야구팬들이 겪은 피로감은 깊다. 새 야구장을 짓겠다는 논의는 20년째 반복되고 있다. 2010년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사직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짓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 추진 없이 물거품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오거돈 전 시장 역시 재검토를 약속했으나 개인 비위로 중도 사퇴했다. 박형준 시장은 개방형 구장 신축으로 방향을 잡고 국비 확보와 부지 선정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선거 국면이 다시 시작되면서 신구장 건립은 또다시 안갯속에 갇혔다.

 

 정치권의 ‘스포츠 활용’은 공약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니폼을 입고 특정 팀의 팬임을 자처하며 대중에게 다가서는 장면도 반복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롯데 자이언츠 팬을 자처하며 야구장을 찾았다. 2024년에는 ‘롯데 팬 이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호감은커녕 오히려 거부감이 커진다는 반응이다. 한 야구팬은 “선거철마다 야구가 이용되는 모습을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팬들도 더는 속지 않는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유권자들은 ‘팬인 척’하는 모습이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을 쉽게 걸러낸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사람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터무니없는 공수표를 가려내는 것이 쉬워졌다”며 “야구 관련 공약 상당수가 구체적인 검토 없이 제시되고 있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여전히 되풀이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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