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돔구장’이다. 도떼기시장에 온 듯 선거판에 초대형 공약이 쏟아진다. 문제는 귀를 잡아끄는 말은 많은데, 속알맹이가 비어 있다는 점이다. 끝까지 책임질 계획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프로야구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뒤 야구는 한국 스포츠계서 유독 독보적인 위치에 섰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후보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수만 명의 유권자를 만날 수 있으며, 방송 또는 SNS를 통해 반복 노출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인 셈이다. 후보자들의 ‘최소비용 원칙’이 통하는 곳이다.
야구 관련 선심성 공약도 판을 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해 말 5만석 규모 돔구장 조성 구상을 내놓으면서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도 과열되는 분위기다.
전북에선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더불어민주당)가 11번째 프로야구단 유치와 복합 돔구장 건설을 내걸었다. 프로야구 쌍방울 해체와 프로농구 KCC 이전 이후 쌓인 상실감을 메우고, 전북의 스포츠·문화 향유권을 회복하겠다는 명분도 붙었다.
충청권도 다르지 않다. 김태흠 충남지사(국민의힘)는 천안아산역 인근 복합문화 돔구장을 제시했고, 충북에선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상 국민의힘)이 돔구장 건설에 더해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구단 창단 구상까지 밀고 있다.
‘구도(球都)’ 부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는 북항 재개발 지역 ‘바닷가 돔구장’ 공약을 꺼내들었고, 박형준 부산시장(국민의힘)는 제2구단 유치와 연계한 북항 바다 야구장 구상을 내놨다. 사직야구장 현대화와 북항 신규 야구장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그림이다.
두 공약 모두 노후화된 사직구장을 고려하면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1985년 개장한 사직야구장은 잠실야구장이 철거되면 프로야구 10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구장이 된다.
현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부산시 체육계 관계자는 “누가 어떤 공약을 내세우든, 누가 당선되든 실제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직 재건축은 상징성은 크지만 비용 대비 파급 효과엔 한계가 점쳐지고, 북항 신축은 사업비와 부지 가격, 수익 구조 배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고 짚었다. 부산 야구팬들 사이에선 “또 선거철 공약이냐”는 냉소도 적지 않다.
선거 때마다 등장한 대형 스포츠 인프라 공약은, 당선 이후 재정 부담과 낮은 활용도로 논란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초기에는 ‘지역 발전’의 상징으로 포장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지비와 적자를 둘러싼 책임 공방만 남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스포츠는 표를 얻기 위한 장식물이 아니다. ‘돔 건설’, ‘신생구단’ 같은 화려한 구호보다 앞서야 할 것은 냉철한 계산 아래 이뤄진 책임 있는 계획이다. 구체적 검토 없이 던져지는 공약은 물론,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