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물과 버디물의 익숙한 만남이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배우들의 연기 내공은 극의 몰입도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끝장수사는 촌구석으로 좌천된 베테랑 형사 재혁이 재벌 2세 신입 형사 중호(정가람)와 팀을 이뤄 서울로 수사를 떠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수사극이다. ‘하나의 사건, 두 명의 용의자’라는 상황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끝장수사가 관객과 만나기까지는 무려 7년이 걸렸다.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2020년 배성우의 음주운전 논란이 일었다. 일본의 실화 사건을 모티프로 해 당초 출장수사라는 제목의 작품이었지만 재편집을 거치면서 끝장수사로 바뀌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을 맞이한 배성우는 인터뷰 시작에 앞서 자신의 과오에 고개를 숙였다.
배성우는 16일 “7년 만의 개봉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죄송함이었다”라며 “작년에 개봉 준비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과연 괜찮을까 싶어 걱정이 앞섰다. 제가 잘못해서 이렇게 늦게 개봉하게 된 것이라 마음이 많이 무겁다. 개봉을 하게 돼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라고 고백했다.
자숙의 시간 동안 느낀 점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배성우는 “괴롭다는 생각조차 사치라고 느꼈다. 오로지 저에게 이유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감내라는 표현도 과하다. 이건 내 일이라서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살아가는 것에서도 조금 더 조심하고 신경 써야겠다고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다시금 영화팬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재혁은 한때 광역수사대의 에이스였으나 지금은 꼬여버린 인물이다. 배성우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로 캐릭터의 친근함과 날카로운 본능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배성우는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번 영화에서 캐릭터보다 이야기의 설득력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제 형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해 “영화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형적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변주가 있고 사건 자체가 독특하다”며 “관객은 소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에 오신다. 그분들의 선택이 낭비되지 않게 하는 것이 배우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섭고 슬프고 즐거운 모든 감정이 결국 ‘재미’의 영역이다. 제 능력 안에서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내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성우는 현장에서 단순히 주어진 대본을 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면의 생동감을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던지는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의 생활감을 살리기 위해 박철환 감독·동료 배우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극의 디테일을 채워나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대사를 직접 만들거나 상황에 맞는 애드리브를 더하는 과정을 즐긴다. 물론 반드시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한 뒤 현장에서 맞춰보고 진행한다”고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배성우는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 장면 관객에게 전달되는 에너지가 풍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정가람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굉장히 순박하고 수줍음이 많다. 극 중 직선적인 중호와는 정반대라 반전 매력을 느꼈다. 사석에서도 즐겁게 잘 지냈다.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 묻어나지 않았나 싶다”면서 “서로 다른 세대와 계급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에너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서로 단점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후반부 사건 해결의 무기가 될 때 관객들이 쾌감을 느끼실 것 같다”라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끝장수사가 가진 레트로한 감성에는 “형사 코미디가 많으니 고민이 되기도 했다. 위트가 들어가 있되 코미디로는 만들지 말자고 현장에서 자주 이야기 했다. 요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시절의 낭만이 살아있는 영화”라며 “그리고 최종 편집본을 확인하고 나니 이전보다도 더 압축적이고 보기 편해진 느낌이라 다행이었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인터뷰를 마치며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배성우는 “필드로 완벽히 돌아왔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않는다.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능력 안에서 이 일을 통해 만나고 싶다. 다만 인간으로서 더 깊어져야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내면이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과거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연기를 향한 간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7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그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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