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볼넷, 속절없네… 스피드업 강화에도 ‘3시간 벽’ 여전

프로야구의 ‘시간 단축’ 기조가 볼넷 증가로 되레 역행하는 흐름이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로야구의 ‘시간 단축’ 기조가 볼넷 증가로 되레 역행하는 흐름이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줄이려는데, 도리어 왜 늘었을까.’

 

2026시즌 프로야구 경기시간을 둘러싼 물음표다. 신속한 경기 진행을 위한 ‘스피드업’ 규정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지만, 마의 ‘3시간’ 벽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늘어지는 흐름이다.

 

KBO리그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10분 밑으로 내려간 건 2010년대 이후 단 4차례뿐이다. 2010년(3시간8분), 2012년(3시간6분), 2019년(3시간8분), 그리고 피치클락을 정식 도입한 2025년(3시간2분)이다. 불필요한 시간만 더 덜어낸다면 1998년(2시간59분) 이후 처음으로 평균 3시간 미만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뒤따른 이유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는 정반대다. 올 시즌 10개 구단이 70경기를 치른 14일 현재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8분이다. 어렵게 줄였던 시간이 불과 한 시즌 만에 부풀기 시작했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14일 잠실서 열린 두산와 KIA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14일 잠실서 열린 두산와 KIA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유가 선명해진다. 투수들이 올 시즌 상대한 타자는 5647명으로, 지난해 동일 시점(4월9일·70경기)의 5448명보다 199명 늘었다. 볼넷(536개→633개) 또한 97개 증가했다. 투구수는 2만958개에서 2만2049개로 1091개 불어났다.

 

설상가상 선발진의 버티는 힘 역시 약해졌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지난해 64회에서 올해 40회로 24회 감소했다. 전체 이닝서 불펜이 차지하는 비중도 39.2%에서 44.8%로 뛰었다.

 

볼넷이 속절없이 시간을 삼키고 있다.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가 전례 없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볼넷이 늘고 투수 교체가 잦아지면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며 “경기 템포를 좌우하는 건 결국 경기력”이라고 짚었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허구연 총재 취임 이후 스피드업 기조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2026시즌에도 피치클락은 주자 없을 때 20초에서 18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에서 23초로 줄었고, 마운드 방문 시간 축소와 타자 준비 규정 강화 등 세부 장치도 손질됐다. 규정 정비 덕분에 불필요한 지연은 상당 부분 걷어냈을 터. 이제 남은 것은 경기 안의 ‘내용’이다.

 

허 총재는 과거 해설위원 시절 “야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스포츠가 아니라 영화 등 문화 콘텐츠”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서 KBO가 활용할 수 있는 힌트가 수두룩하다. 특히 숏폼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관객이 몰입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흥행 상위 10편의 평균 러닝타임은 약 2시간2분이다. 3시간이 넘는 초장편 ‘아바타: 불과 재’를 제외할 시 평균 1시간54분까지 내려간다. 5년 전 상위 10편(2021년·약 2시간6분)과 비교하면 확실히 짧아졌다. 길게 소비하기보다, 짧은 시간 안에 몰입을 완성하는 콘텐츠가 선택받는 시대다.

 

세계 최초 로봇 심판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선도해 온 KBO리그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할 수 없다. 단시간 내로도 큰 몰입도를 낼 수 있는 경기력, 즉 ‘퀄리티’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22일 잠실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22일 잠실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