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한 변명보단, 마운드 위에서 직접 증명하고 싶었다. 프로야구 KT의 마당쇠 김민수가 부침의 시간을 지나 다시 힘 있는 공을 뿌리고 있다.
경기 중후반부 중요한 시점이면 그의 이름이 불린다. 김민수는 2026시즌 초반부터 단단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개막 후 8경기에서 8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16을 써냈다. 지난 10일 수원서 열린 두산전은 3실점(2자책점)으로 휘청였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등판에선 모두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쓰임새도 폭넓다. 리드를 지켜야 할 때는 필승조로, 흐름을 끊어야 할 때는 추격조로 호출된다. 멀티이닝도 올 시즌 두 차례다. 보이지 않는 빈틈을 메운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KT 불펜의 숨은 버팀목이라 불릴 만하다.
이 과정이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끝모를 자신과의 싸움도 거쳤다. 프로 선수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일 터. 김민수는 “선수는 본인에게 만족감이 잘 없지 않나”며 “캠프 때만 해도 좋아진 것 같다가도 다른 선수들도 좋으니 아직 아닌가 싶고, 그런 불안감과 계속 치열하게 싸워왔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 준비만큼은 더 체계적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운동량 자체를 늘리거나 줄인 것은 아니었다. 대신 정해진 훈련 계획 안에서 일정한 루틴을 꾸준히 유지하려 했다.
올 시즌 들어 공격적인 투구도 눈에 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71.9%에 달한다. 리그 평균인 62.2%보다 10%가량 높은 수치다. “사실 KT 투수진 모두 볼넷이 적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운을 뗀 김민수는 “지난 몇 년 동안은 나도 모르게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려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아쉬웠던 부분을 거듭 복기했다. 그는 “투수는 원래 타자에게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냥 무작정 맞는 게 아니라, 잘 맞아야 범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타자를 피해 가기보다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적극적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KT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일군 2021년을 기점으로 불펜 투수로 자리 잡았다. 김민수는 그해 56경기 평균자책점 2.95로 힘을 보탰고, 이듬해엔 커리어하이 시즌을 작성했다. 2022년 76경기서 1점대 평균자책점(1.90)을 쓰더니 홀드 부문에선 리그 2위(30개)에 오른 것. 더불어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마운드를 지켰다. 2022년과 2024년 각각 순수 불펜 이닝만으로 8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게 대표적이다.
그간 많은 경기를 책임졌던 만큼 지친 몸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2023년과 2025년 각각 평균자책점 6.92, 4.96에 머무르며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선수 본인도 꼭 짚고 싶었던 부분이다. 김민수는 “그냥 내가 못한 거고 몸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의 걱정이 감사하면서도 사실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그 아쉬움과 스스로에게 느낀 분한 마음을 더 잘해야겠다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잘할 수 있다는 걸 마운드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생애 첫 자유계약(FA) 자격 취득도 앞두고 있다. 지난 2015년 2차 특별지명 전체 11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김민수는 12년째 마법사 군단과 동행 중이다. 조심스레 “자기객관화가 잘 돼 있는 편이다. 내가 FA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고 웃어 보였다.
예민해질 줄 알았던 마음도 의외로 차분해졌다. 김민수는 “성격상 엄청 신경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평온하다”며 “물론 언젠가 FA 신청서를 내는 날이 온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남다르게 다가오고, 스스로에게 뿌듯할 듯싶다. 지금은 (예비 FA라는 점을) 의식하기보다 한 시즌을 건강하게, 잘 완주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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