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연승을 잇고 싶어요.”
누구나 화려한 길을 걷은 건 아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계절을 기다리는 이들이 훨씬 많다. 배동현(키움)도 마찬가지. 경기고 시절까지만 해도 평범한 내야수였다. 대학(한일장신대) 진학 후 투수로 전향,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2019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4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데뷔 첫 해 20경기에 나섰지만 이후 1군 기록이 멈췄다. 경쟁을 뚫기 힘들었다.
기회의 문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3라운드, 양도금 2억원)서 키움의 선택을 받았다. 신의 한 수가 됐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새기는 중이다. 4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했다. 다승 부문서 케일럽 보쉴리(KT), 애덤 올러(KIA)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3일 기준 키움이 올린 승수가 4승(9패)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놀랍다. 연패 스토퍼 역할도 눈부셨다. 세 차례나 팀 연패를 끊었다. 복덩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조금씩 날개를 펼친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2일 고척 롯데전에서도 묵직한 구위를 자랑했다. 이날 선발투수는 안우진이었지만 일찌감치 1이닝만을 소화하기로 한 상태. 배동현이 실질적인 선발 임무를 수행했다.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자랑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그럼에도 이날 총 투구 수는 78개에 불과했다. 효율적인 피칭이다. 종전까지는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서 마크한 5⅓이닝(무실점)이 최다 기록이었다.
오랜 시간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의 것을 찾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구속에 의존하던 단조로운 패턴을 지웠다. 올 시즌 포심 평균 구속은 143.2㎞(스탯티즈) 정도다. 대신 다양한 구종을 상대의 허를 찌른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을 던진다. 제구력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16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허용한 볼넷은 단 2개뿐이었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1.10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3.20)보다 훨씬 적다. 데뷔 첫 해 38이닝 동안 25개의 볼넷을 내준 것과는 다른 그림이다.
이제 막 한 걸음씩 떼는 중이다. 아직은 보직도 확실하지 않다. 안우진이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되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키움 마운드는 배동현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배동현은 멀리 보지 않는다. 주어진 자리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팀에 승리를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어쩌다 보니 팀의 연패를 끊고 있는데, 다음에는 연승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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