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축구 ‘레알 화성’의 가레스베일… “비장애인팀들, 한게임 하실래요?”

-화성 장영준, 롯데 전국대회 우승 이끌며 MVP
-홍보 및 대중화 위해 ‘비장애인 동반 경기’ 제안
화성시각축구단의 에이스 장영준(주황색 유니폼)이 11일 서울 송파구의 장애인축구장에서 열린 롯데 전국 시각장애인 축구대회 FC CNB전에서 드리블 돌파 후 슈팅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화성시각축구단의 에이스 장영준(주황색 유니폼)이 11일 서울 송파구의 장애인축구장에서 열린 롯데 전국 시각장애인 축구대회 FC CNB전에서 드리블 돌파 후 슈팅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롯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화성시각축구단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지도자상을 받은 지준민 감독, MVP 장영준, 주장 배현진, 권강민, 하지영, 임형근, 김자온 가이드. 롯데장학재단 제공
롯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화성시각축구단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지도자상을 받은 지준민 감독, MVP 장영준, 주장 배현진, 권강민, 하지영, 임형근, 김자온 가이드. 롯데장학재단 제공  

 

“우리팀의 골게터이자 에이스입니다. 가레스 베일과 스타일이 비슷하죠.”

 

화성시각축구단이 롯데 전국시각장애인 축구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2경기 5골을 터트리며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장영준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지준민 화성시각축구단 감독은 “영준이는 골 결정력이 좋은 윙포워드”라며 웨일스 국가대표 및 레알마드리드 선수 출신의 베일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축구는 5인제로, 각 팀은 시력이 0인 전맹 필드플레이어 4명과 비장애인 골키퍼 1명이 출전한다. 방울이 들어간 축구공의 소리 외에도 그라운드 내 골키퍼의 지시, 벤치의 감독·코치의 지시, 상대 골대 뒤에 자리한 스태프인 가이드의 지시, 코너킥과 골킥 등을 알리는 장내 방송 등을 귀로 들으면서 플레이를 한다.

 

경기장 규모는 풋살과 비슷하며 양쪽 가로 측면은 안전 펜스가 설치됐다. 공이 펜스를 맞아도 그것을 넘어가지만 않으면 인플레이 상황이 이어진다. 필드플레이어는 안전 등을 위해 안대와 헤드기어를 착용한다. 전·후반은 각각 20분, 하프타임은 10분이다. 그라운드 내 심판 2명과 바깥의 대기심 1명이 있으며 이번 대회는 비디오판독(VAR)도 있었다.

 

화성시각축구단은 2023년 말 창단된 국내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시각장애인 실업팀이다. 화성시청 소속으로 프로축구 2부리그(K리그2) 시민구단인 화성FC와 동일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고 동일한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그밖에도 여러 용품과 의료 등을 지원을 받으며 전업 선수로 축구에 집중할 수 있다.

 

화성시각축구단 선수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하지영, 배현진, 장영준, 지준민 감독, 권강민, 임형근, 김자온. 박재림 기자
화성시각축구단 선수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하지영, 배현진, 장영준, 지준민 감독, 권강민, 임형근, 김자온. 박재림 기자

 

화성시각축구단은 선수들의 나이대도 30~40대로 타 팀에 비해 젊은데다 전 선수가 국가대표 선수이며 지 감독 역시 국가대표팀 감독을 겸하고 있다. 전국 9개팀 중 ‘압도적 1강’으로 평가받는데, 해외리그에 비유하면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이나 챔피언스리그의 레알 마드리드 같은 위상이다. 이번 롯데 전국대회도 2024년 초대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처럼 강한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는 장영준은 양발 드리블과 슈팅이 강점이다. 11일 FC CNB 전맹축구클럽(충남)과 경기에서도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한 박자 빠른 슛으로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해트트릭으로 4-0 승리를 이끈 데 이어 12일 프라미스랜드과 결승전(2-0 승)에서도 홀로 두 골을 터트렸다.

 

이번 대회 소나기골을 넣고도 별다른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그는 “골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게 세리머니”라고 웃으며 “사실 선천적 장애로 태어났을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축구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호날두처럼 유명한 선수들의 이름은 알지만 플레이나 세리머니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 체격이 왜소했다는 장영준은 학창 시절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골볼’이라는 운동을 하며 몸을 키우고 스포츠에 재미도 붙였다고. 골볼은 시각장애인 구기종목으로, 공을 던지거나 굴려서 골을 넣는다는 점에서 핸드볼 및 볼링과 비슷하다.

 

골볼 학생선수로 활약하던 그는 17살 방학 때 시각장애인 축구 캠프에 참가했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축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그는 2년 만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며 2010년과 2014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오는 10월 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이 유력한 장영준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매 경기 2골씩 넣는 게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화성시각축구단 선수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자온, 임형근, 권강민, 지준민 감독, 장영준, 배현진, 하지영. 박재림 기자
화성시각축구단 선수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자온, 임형근, 권강민, 지준민 감독, 장영준, 배현진, 하지영. 박재림 기자

 

최근 한국축구가 일본축구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축구도 비슷하다. 장영준은 “일본은 시각장애인축구도 100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일본은 팀의 선수만큼 코칭스태프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선수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전담 영양사와 의사가 있는 것도 부럽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비장애인이 시각을 차단하는 고글을 착용하고 함께 경기를 뛰는 것도 일반적이라고 한다. 장영준은 “비장애인도 함께 플레이를 하면 시각장애인축구를 향한 관심도 더 커지지 않겠느냐”며 “실제로 비장애인분들도 눈을 가리고 축구를 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지준민 감독 역시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활용해서 머릿속으로 그라운드를 그려보고 공을 차면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체력소모도 상당해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며 “규정 완화를 통해서 비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국내 휠체어농구가 비장애인도 함께하면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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