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 예약보다 먼저 휴대전화를 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생리통이 심해졌거나, 생리량이 갑자기 늘었을 때, 많은 이들이 검색창이나 AI 챗봇에 증상을 입력한다. “이 정도면 자궁근종일까”, “난소에 물혹이 있는 걸까”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미국 보건정책 연구기관 KFF 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건강 관련 질문에 AI를 활용한 성인이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고, 젊은 층일수록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여성질환에서도 나타난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낭종은 비교적 흔하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모호하거나 서로 비슷하게 보이기 쉽다. 단순한 생리통으로 생각했던 증상이 자궁내막증일 수 있고, 생리 변화로 넘겼던 상황이 자궁근종 성장과 관련 있을 수도 있다. 난소낭종 역시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가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AI 활용에 대해 선을 긋는다. AI는 정보를 정리하고 질문을 구체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경도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 난소낭종은 증상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정보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같은 통증이라도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영상검사와 전문의 진료를 통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궁근종은 과다월경, 골반 압박감, 빈뇨 등으로 나타날 수 있고, 자궁내막증은 심한 생리통, 만성골반통, 성교통 등과 연관된다. 난소낭종은 무증상인 경우도 있지만 골반통이나 복부 팽만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데다가 환자에 따라 주증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AI는 진단을 위한 용도보다는 병원 방문 전 자신의 상태를 정리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다. 단순히 “이 병인가요”라고 묻기보다, 증상의 양상과 변화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가령 “생리량이 늘었고 기간이 길어졌다. 아랫배가 묵직하고 소변이 자주 마렵다”, “한쪽 골반이 묵직하고 더부룩한 느낌이 반복된다”, “생리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골반통이 있고, 성관계나 배변 시 통증이 있다”는 식으로 질문을 구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경도 센터장은 “AI 활용 시 중요한 것은 질환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패턴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생리 주기 변화, 통증 시점, 일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록해 오면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등의 진단이 내려졌을 때 병변 상태, 환자 연령, 임신 계획, 폐경 유무 등에 따라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약물을 활용한 호르몬치료부터 자궁경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진료 전 AI로 확인해볼 체크리스트
-생리 주기가 규칙적인가
-생리 기간과 생리량, 통증 등의 증상이 어떻게 변했는가
-통증이 생리 전후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불편감이 발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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