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규칙 개정 나선 WT, ‘재미-공정성-태권도 정신 회복’ 세 마리 토끼 잡을까

사진=W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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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WT)는 11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인터콘티넨탈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6년 정기총회를 통해 경기의 재미와 공정성, 그리고 태권도 정신 회복을 골자로 한 경기규칙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번 경기규칙 개정은 지난해 말 조정원 WT 총재의 특별 지시로 경기부, 기술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등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이번 개정안은 원안대로 만장일치로 심의 의결돼 오는 6월5일 개최되는 로마 그랑프리 시리즈1부터 첫 적용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라운드 종료 10초 전 소극적 행위에 대한 강력한 감점이다. 경계선을 넘거나 고의적으로 넘어지는 행위, 또는 공격을 피하며 도망가는 ‘소극적인 행위’로 감점을 받을 경우 상대 선수에게 2점이 부여된다.

 

기존 1점에서 배로 늘어난 점수는 막판 역전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선수들이 끝까지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점수에서 앞선 선수가 승리를 지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한계선 바깥으로 나가는 ‘한계선 도망’은 태권도 경기는 물론, 스포츠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이런 모습이 롤모델처럼 소비되면서 어린 선수들까지 그대로 따라 하는 기형적 현상이 반복됐다.

 

점수 차 승리(Point Gap) 기준도 기존 12점에서 15점으로 상향 조정됐다. 높아진 발차기 점수 가치에 따른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사진=W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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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 지침도 마련됐다. 그동안 논란이 잦았던 한계선 위반의 경우, 발의 어느 일부분이라도 한계선을 벗어나면 “감점’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선수들이 모호한 경계 상황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심판의 즉각적인 판단을 돕기 위함이다.

 

그랑프리와 같은 G6등급 이상의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도 개선된다. 코치는 경기 중 발생한 기술적 오류 등에 대해 언제든 ‘기술 카드’를 사용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판독 결과와 관계없이 카드는 회수되지 않고 유지된다. 다만 무분별한 요청을 막기 위해 판독 결과 소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당 선수에게 감점을 부과하는 페널티 제도를 병행한다.

 

비디오 판독 심판원조차 판별이 모호하다고 판단할 경우 종료 10초 이내의 상황에서는 소청위원회(기술대표 및 경기감독관, TD & CSB)등에게 판단을 논의하게 된다.

 

그동안은 해당 경기 주심과 부심, 판독관 이외 어떤 임원이라도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없어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종료 10초 최대 승부처의 공정한 판정으로 피해 선수가 없도록 규정을 통해 판독관이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규정은 그라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 등 G6등급 이상 대회에만 적용된다.

 

기술적 변화뿐만 아니라 태권도의 정신적 가치를 강화하는 조항도 다시 신설됐다. 경기 종료 후 승자 선언 전 ‘차렷’과 ‘경례’ 구령이 공식적으로 재도입됐다. 이는 태권도의 철학인 ‘예의로 시작해 예의로 끝난다’는 가치를 경기장에서 직접 구현하기 위한 조치로 승패를 떠나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과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중요한 절차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시작과 종료 때 ‘차렷’, ‘경례’ 등 한국어 태권도 기술 용어로 진행했다. 그러나 한때 승자가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장면을 주기 위해 경기 종료 때에는 주심이 청 또는 홍 승 시그널만 하고 별도 인사 과정을 생략했다.

 

이번 개정안은 태권도 경기가 단순한 타격 스포츠를 넘어 기술과 예절이 조화된 글로벌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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