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왕은 포드를 타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나온 유명한 격언이다. 장타 한 방의 가치, 나아가 중심 타자의 존재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도 4번 타자에게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팀의 최고 강타자, 대개는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맡는 역할이다. 해결사로서 타선의 화룡점정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2026시즌 초반, 이 무게를 짊어진 선수들이 흔들리고 있다. 노시환(한화)과 양의지(두산), 나성범(KIA),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타자들이다. 그렇기에 현시점 부침이 더욱 어색하게만 다가온다.
세 선수 모두 올 시즌 4번 타순에서 출발했다. 노시환은 김경문 한화 감독의 신뢰 속 붙박이 4번으로 나서고 있고, 양의지는 개막 후 9경기 중 8경기에서 4번을 소화하며 한 차례만 3번으로 출전했다. 나성범 역시 4번 타자로 시작해 8경기 만에 5번으로 내려왔다. 무엇보다 자신들에게 걸맞지 않은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실제 수치도 뒷받침한다. 7일 현재 노시환은 타율 0.195(41타수 8안타), 양의지는 0.094(32타수 3안타), 나성범은 0.188(32타수 6안타)에 머물러 있다.
장타 생산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 가운데 홈런은 나성범(1개)이 유일하고, 3루타는 모두 없다. 2루타 역시 노시환이 한 차례 기록한 것이 전부다. 경기 흐름을 바꿔야 할 순간마다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이 서 있는 위치를 감안하면 아쉬움은 더 짙어진다. 팀 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간판스타들이다. 노시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비(非)FA(자유계약) 다년계약(11년 총액 307억원)으로 프로야구 새 역사를 썼고, 양의지는 리그 최고 연봉(42억원)을 받는 선수다. 나성범 역시 팀 동료 양현종과 함께 KIA 최고 연봉자(8억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기대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소속팀 입장에서도 이들의 반등이 절실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군 한화는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흐름에서 한 끗이 부족한 모습이다. 5승4패로 공동 5위에 자리해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타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팀 타율 0.300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다만 중심에서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 점이 숙제다. 노시환의 방망이가 살아나야 비로소 퍼즐이 완성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남은 두 팀의 상황은 더 답답하다. 두산은 2승1무6패로 8위, KIA는 2승7패로 롯데와 함께 공동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양의지와 나성범 등 중심 타선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공격 전개 전반이 막혀 있는 모습이다. 타점서 최하위권이다. 두산은 34타점, KIA는 30타점에 그치며 각각 9, 10위다.
반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해 ‘슬로 스타터’ 면모를 보인 양의지가 좋은 예다. 이 시즌 첫 9경기에서 타율 0.143(28타수 4안타)에 그쳤지만, 최종 타율 0.337(454타수 153안타)로 끌어올린 바 있다. 주춤한 4번 타자들이 시즌 초반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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