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근무마저 안 지켜져”…국회서 K-콘텐츠 근로환경 개선 목소리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손솔 의원실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손솔 의원실

 

K-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프리랜서 고용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처해 있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쏟아졌다.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는 손솔 진보당 의원 주최로 콘텐츠산업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위장 프리랜서·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K-콘텐츠 산업의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손 의원은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이나 업무위탁계약 등 일명 프리랜서 계약이 일반화되고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고용, 계약상 권리 미보장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작 환경의 확대 이후 현장 노동자들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표준계약서 사용 문화가 후퇴하고 근로기준법 적용이 배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발제를 맡은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노무사는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인용하며 OTT 업계 프리랜서(용역) 계약 비중이 49.7%로 영화(22.8%)에 비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근로표준계약서 작성 비중 또한 OTT 업계는 37.8%에 불과했다. 이 노무사는 “자본력을 가진 OTT 중심의 외주 제작 구조 재편으로 영화산업에 안착된 표준근로계약 관행마저 급격히 후퇴했다”고 말했다. 현장의 제작 스태프 또한 “제작사에서 OTT를 제작할 경우 노동시간이나 이동시간 계산 방법이 다르고 훨씬 가혹한 제작 환경이었다”, “OTT 시리즈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산업환경에 놓이면서 영화 스태프들이 하루 12시간 근로시간마저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영화비디오법에는 근로 조건 서면 명시 의무와 위반 시 처벌 조항, 표준계약서 미사용 시 재정 지원 배제 조항 등이 마련돼 있다. 안전사고 보호나 성폭력 예방 교육, 직업 훈련 실시, 임금 체불 시 재정 지원 배제 등 조항도 담겨 있지만 방송 제도를 관할하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콘텐츠산업진흥법에는 대부분 없다.

또한 표준계약서는 노사 단체가 배제된 채 정부 부처 간 협의에 의해 만들어지고 계약서 종류 또한 근로·하도급·업무위탁 3종으로 고시돼 사용자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 노무사는 “종속성이 높은 스태프에게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할 우려가 있고 노동법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법 개정과 OTT 전용 표준근로계약서 제정, 방송영상제작 노사정 협의체 구성 등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계약의 성격은 제작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르는 게 일반화됐다.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근로계약은 쉽게 무너지고 근로기준법은 위반된다. 위반한 현장에 대해 고소를 진행하게 되면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야 판단이 나온다”며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냥 넘어가려 한다”고 호소했다.

 

차기환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전문위원은 방송연기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연기자는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창작자의 지위를 가지는 동시에 제작 과정에서는 지휘·감독하에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로서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며 “현행 법체계는 방송연기자를 예술인 범주로만 포섭해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 보호 밖에 둔다. 그 결과 장시간 촬영, 불규칙한 노동 제공, 반복적인 계약 종료 등 전형적인 불안정 노동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노동법적 권리 보장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노동환경 개선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나 콘텐츠산업진흥법은 여러 분야가 포함된 법이고 고용노동부와 같은 관계부처와 근로기준법 등에서 겹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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