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가 받을 줄 몰랐습니다(웃음).”
이유 있는 이변이었다. 2025∼2026시즌 여자프로농구(WKBL)를 관통한 ‘이상범 매직’이 시상식에서도 번뜩였다.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이 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그랜드볼룸 한라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지도상을 수상했다.
정규리그 1위 김완수 KB국민은행 감독을 제쳤다. 비우승팀 사령탑의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WKBL 사상 처음이다. 이 감독은 예상 밖 결과에 놀라면서도 유쾌한 반응으로 화답했다. 단상에 올라 앞서 모범선수상을 받은 제자 진안을 보며 “나도 상 받았어”라며 활짝 미소 지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솔직히 받을 줄 몰랐다. 2위를 했기 때문에 김완수 감독이 받을 줄 알았다”며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시는 상 같다. 플레이오프(PO)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출발은 분명 물음표였다. 남자프로농구(KBL)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였지만, 여자농구는 처음이었다. 박신자컵서 1승3패,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였다.
정규리그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하나은행은 4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고, 시즌 내내 1위를 지키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최종 성적은 20승10패로 2위. 막바지 선두를 내줬지만, 창단 후 최다 승수와 최고 순위를 동시에 작성했다. 만년 최하위 팀을 단숨에 우승 경쟁권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변화의 출발점은 분명했다. 오프시즌 체력 훈련과 선수 눈높이에 맞춘 접근이다. 남자농구의 틀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여자농구에 맞는 색을 입혔다. 정선민 수석코치와 의기투합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한국 농구 지도자로서 남다른 족적을 자랑한다. KBL 사령탑으론 2011~2012시즌 KGC(현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우승부터 2017~2018시즌 DB의 정규리그 1위를 견인했고, 감독상 두 차례(2017∼2018·2019∼2020시즌)도 거머쥐었다. 이어진 WKBL 첫 도전 만에 지도상을 더했다. KBL 감독상과 WKBL 지도상을 모두 받은 건 이 감독이 최초다.
정규리그는 끝났지만, 시즌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하나은행과 이 감독의 시선은 이제 다음 무대인 PO로 향한다. ‘이상범 매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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