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필연적으로 하나가 됐어요.”
3인조 보컬 그룹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뭉쳤다. 무려 15년 만에 내는 정규앨범이다. 리더 남규리는 2일 “막연하게 꿈꿨지만 현실적으론 생각해보지 않은 재결합이다. 결국 필연적으로 하나가 됐다”며 “이 모든 게 기다려준 팬들 덕이다. 희망고문을 드려 죄송했지만, 그럼에도 기다려준 분들이 있어서 (컴백이) 가능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함께’라는 것에 의의를 두기 보단 더 좋은 음악과 성숙된 모습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2006년 데뷔해 2011년 해체를 발표하기까지 ‘미친 사랑의 노래’, ‘사랑의 인사’, ‘구두’ 등 냈다 하면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이면서도 조화로운 가창력을 선보였기에 십 수년이 지나도 이들의 음악은 오래도록 회자됐다.
그저 추억 속에 남기기엔 아쉬움이 컸다. 멤버들 역시 같은 마음을 느꼈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세 멤버를 대표해 이보람은 “오랜만에 모여 작업하다 보니 셋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웃었다. 파트별로 음을 쌓아올리면서 ‘어떻게 이런 멤버가 모였지’라는 생각과 함께 반가워할 팬들의 반응에 기대가 앞선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20여 년 전 가요계는 지금과는 차별화 된 지점이 많았다. 팬덤의 경쟁이 되어 버린 요즘과 달리 과거엔 대중성 있는 음악과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씨야도 그 중 하나였다. 남규리는 “어린 나이에 이별과 사랑에 대한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구두’의 한 구절을 읊었다. ‘밥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술로다 채워버린 쓰린속을 감싸안은채’라는 구절이었다. 그는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은 많이 변해왔다. 씨야 고유의 색깔과 지금의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지향점에는 ‘진심’이 있었다.
막연하게 느껴진 20주년 재결합의 물꼬를 튼 건 남규리였다. 그는 “(재결합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행사장에서 씨야 노래를 불러달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운을 뗐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MR 파일을 구하기 어려웠고, 용기내어 이보람에게 연락해 행사를 마쳤다. 감사한 마음에 식사 제안을 했고, 기다렸다는 듯 만남을 가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씨야 재결합 제안이 나왔고, 김연지까지 뜻을 모아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다사다난한 연예계에서 20년의 세월을 버텼다. 팀 활동 때는 미처 하지 못한 솔직한 발언들이 이목을 끌었다. “씨야는 급조된 팀이다. 두 달 전에 준비한 팀에서 나는 2주만에 합류해 데뷔하게 됐다. 동고동락한 시간이 길지 않다”고 말한 남규리는 “그럼에도 각자의 포지션에서 정확하게 자신의 장점과 색깔을 내서 조화를 이룬다는 건 운명이다. 우리는 꼭 만났어야 될 사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예전에는 우리의 생각이 기사화 된 적이 없다. 자유 의지가 없었다. 그러면 안 되는 시대였다”고 털어놨다. 이제 강산도 두 번은 변할 20년이 흘렀다. “더 이상 무언가에 좌우되지 않고 우리 색깔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멤버들은 “우리가 씨야의 주인이 되어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간 남규리는 배우로, 김연지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예전처럼 곁에서 응원하진 못했지만 각자의 분야에게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힘을 얻었다. 그러던 2020년 ‘슈가맨’에 소환돼 한 차례 재결합 의사를 모았으나, 각자 다른 소속사가 발목을 잡았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세 멤버는 그룹 활동을 위한 법인 씨야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하나 둘 현실적인 문제들을 조율해나가며 희망을 다졌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선공개곡 ‘그럼에도 우린’은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한 곡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럼에도, 우린 끝내 노래할거야’라는 자전적인 고백이 깃들어 있다. 오는 5월에는 그 시절 씨야를 있게한 제작진이 뭉쳐 작업한 정규앨범을 발표한다. 세 멤버가 리메이크한 히트곡도 수록될 예정이다.
15년 만에 마이크 앞에 함께 선 멤버들은 북 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후렴구에 다다를 때마다 감정이 차올라 여러 차례 녹음이 중단됐다는 후문이다. 남규리는 “어릴 때 우리의 모습, 지금의 성숙해진 감정이 느껴지더라. 서로가 살아온 시간들을 헤아릴 수 없겠지만, 각자 잘 살아왔기에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 바다가 됐다”고 돌이켰다.
변함없이 노래하고 싶은 진심을 표현했다. 더는 ‘한때 핀 꽃’이 아니지만 ‘겨울을 견딘 나무’가 되어 다시 만난 멤버들의 이야기다. 남규리는 “우리의 꽃피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나이를 먹고 단단해진 나무가 되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담긴 곡”이라고 소개했다.
김연지는 “짧고 굵은 활동에 대한 애틋함도 인기의 이유일 것 같다. 더 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끝난 것 같은, 한 번은 더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라고 짐작하며 “15년이 지나도 같은 마음을 주신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씨야가 활동을 멈춘 동안 음악적 트렌드도, 대중의 음악 소비 패턴도 변화를 거듭했다. 아이돌 산업이 발달하면서 멜로디보단 강력한 훅 위주의 음악이 주류를 이룬다. 이와 관련해 남규리는 “예전엔 (장르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많았다면, 지금은 편향된 음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오래 듣고 싶은 음악은 가사가 마음에 와닿고 깊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런 정서가 많이 없어서 더 옛날 노래를 찾아들으시는 것 같다”며 “멜로디가 좋은 음악은 어디서든 사랑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이번 앨범으로 멜로디컬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씨야의 반가운 재결합 소식에 전성기를 함께한 박근태 작곡가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씨야표 감성의 재소환을 기대하게 한다. 이보람은 “씨야의 노래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아닐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남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감정과 의미들을 이해할 만큼 성숙해졌다. 이보람은 “요즘 친구들이 곡에 담긴 감정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해도 설득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다시 팬들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달 30일 열린 팬미팅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멤버들은 “팬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앞으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길 바란다. 기다림을 채워드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규리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주저하고 지체했던 시간만큼 천천히 차근차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한번씩 다시 모여 노래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그조차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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