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빈자리도 빨간불...나아가지 못하는 중원

 

황인범.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인범.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중원의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의 공백은 예상보다 훨씬 컸고, 준비되지 않은 홍명보호는 무너졌다. 

 

 황인범은 홍명보호의 ‘중원 사령관’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의 핵심 자원이다. 정교한 킥과 넓은 시야, 볼 컨트롤, 탈압박 능력 등으로 공수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책임진다. 하지만 잦은 부상이 변수다.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 또 쓰러졌다. 지난 16일 소속팀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입어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그의 부재는 29일 끝난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홍 감독은 중원에 김진규(전북)-박진섭(저장)을 기용했다. 김진규가 황인범을 대신했고 박진섭이 박용우(알아인), 원두재(코르파칸)가 빠진 자리에 나섰다. 조합의 결과는 연결이 아닌 단절에 가까웠다. 중원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전진패스가 사라지니 빌드업도 자취를 감췄다.

김진규.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진규.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실제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울버햄튼), 배준호(스토크시티)는 직접 측면을 공략했다. 중원을 거쳐 전방으로 향하는 세밀한 패턴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측면 개인 돌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공격 루트는 빠르게 단조로워졌다. 후반 역시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12분 조규성(미트윌란), 손흥민(LAFC), 이강인(PSG)이 투입됐다. 유럽파 핵심 공격수들이 나섰으나, 이들을 살리는 전진 패스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 부담은 결국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전가됐다. 둘은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볼을 운반하는 데 에너지를 썼다.

 

 황인범은 지난해 9월과 11월에도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바 있다. 이제 그의 부상은 예측 가능한 변수 중에 하나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확실한 플랜B를 세워야 한다. 단순히 선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합과 전술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박진섭.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진섭.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재 가장 유력한 대체 자원은 김진규다. 그는 이날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투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점은 옅어졌다. 김진규는 전북이 K리그1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온더볼과 오프더볼을 균형 있게 활용하며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황인범 대체자 역할을 맡다 보니 온더볼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다. 파트너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 박진섭 역시 정적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김진규의 부담은 더욱 커져갔다. 

 

 같은 방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방향을 틀어야 한다. 월드컵이 다가오는 지금, 더 이상 미룰 여유는 없다. ‘단순 대체’가 아닌 ‘재구성’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진규. 사진=뉴시스
김진규. 사진=뉴시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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