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 개들의 마지막을 책임지지 않고 있어요. 최소한의 도리를 위해 모였습니다.”
29일 군산 개도살 사건 추모 시민행동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수의사단체, 장례업체, 그리고 시민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된 뒤 2~3년간 방치된 수백마리 개들을 위해 이날 추모식과 장례를 치렀다.
전날부터 전북 군산시 모처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이번 장례·추모식은 도살된 후 냉동 창고에 방치된 개들을 시민의 힘으로 존엄하게 저 세상으로 보내는 자리로 전국 14개 반려동물 장례업체를 포함한 100개 단체, 시민 100여 명이 동참했다.
군산 불법 도살 사건은 군산에서 3년간 개를 도살·유통한 업자가 지난해 6월 고발당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업자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200마리 이상의 개를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머리와 몸통에 접촉해 감전시켜 죽이는 방식으로 도축했다. 법원은 동물학대 혐의를 인정, 검찰 구형대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동물보호법 위반 최고 벌금형량이지만 피해 규모와 범행의 잔혹성에 비해 낮은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체 관련 문제도 남았다. 내장이 제거된 약 250구 사체가 냉동고 안에 비참한 모습으로 남겨졌다. 이에 시민행동은 28일 냉동고의 사체를 꺼내 염습 작업을 하고 광목천 수의를 입혔다. 당초 모든 사체를 수습할 예정이었으나 사체가 너무 많아 약 100구를 우선 수습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 개와 혁명’의 예소연 작가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가수 예람이 추모 공연을 가졌다.
추모식 이후 사체는 장례업체로 옮겨져 장례가 진행됐다. 또 다른 시민행동 관계자는 “남은 사체는 추모식 이후에 추가로 수습을 하고 별도 추모식 및 장례식을 치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추모식을 앞두고 시민들은 이름 없이 죽어간 개들에게 이름을 지어줬다. 600여 명의 시민이 온라인으로 1000개가 넘는 이름을 보내왔고 자원봉사자들은 그 이름을 묘비 깃발에 한 자 한 자 손으로 적으며 개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2027년 2월 개식용 산업 종식이 예정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불법 도살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추모식은 이름 없이 죽어간 개들을 보내는 장례인 동시에 개식용 종식 이후에도 개들의 생명과 존엄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요구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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