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을 수상하면서 작품의 배경이 된 제주 4·3사건을 다룬 관련 도서들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회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번역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어판 제목은 ‘We Do Not Part’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은 퓰리처상,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한국어 원작 소설에 이 상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협회는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제주 4.3 사건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며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 당시 발포 사건을 계기로 갈등이 격화된 뒤 1948년 4월3일 무장봉기와 진압 과정으로 이어지며 다수의 민간인 희생을 낳은 비극적 역사다.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희생자는 약 2만5000명에서 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기록과 증언, 문학으로 되새기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제주 출신 작가이자 전직 기자인 허호준은 신간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와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를 오는 4월 3일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그간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 ‘4.3, 미국에 묻다’ 등을 통해 사건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왔다.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는 사건을 100개의 장면으로 나눠 문서와 사진 자료를 통해 재구성한 기록서다.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는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두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사건 이후 이어진 상처를 조명한다.
시를 통해 4·3을 기록해온 허영선 역시 관련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시집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법 아닌 법 앞에서’ 등을 통해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당시의 아픔을 시적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는 ‘4·3 레퀴엠’이라는 부제처럼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법 아닌 법 앞에서는 불법 군사재판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제주 4·3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온 대표 작가로는 현기영이 꼽힌다. 그는 소설 ‘순이삼촌’, ‘제주도우다’ 등을 통해 국가 폭력의 기억을 문학으로 재현했으며, 에세이 ‘사월에 부는 바람’에서도 사건의 상흔과 증언의 의미를 풀어냈다.
이 밖에도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 현길언의 ‘우리들의 조부님’, 김홍모의 그래픽노블 ‘빗창’ 등도 함께 읽을 만한 작품으로 거론된다.
문학과 기록을 통해 이어져 온 제주4·3의 기억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다시금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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