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이 혼난 건 처음”…이청아, ‘아너’로 발견한 새 얼굴 [스타★톡톡]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그간 빈틈없는 이미지를 구축해온 배우 이청아에게 ‘아너’는 틀을 깨는 도전이었다. 어느새 캐릭터의 두서없는 말투마저 닮아버렸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엔 인간미마저 느껴졌다. 

 

이청아는 지난 10일 종영한 ENA 드라마 ‘아너’에서 변호사 황현진 역을 맡았다. 위기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과감하게 부딪혔다. 동료 변호사이자 친구 강신재(정은채), 윤라영(이나영)은 또 다른 캐릭터로 존재감을 빛냈다. 이청아는 17일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찍은 작품이 잘 마무리돼서 기쁘다. 멋진 작품을 연출해준 감독님과 좋은 글을 써주신 작가님의 몫이 크다”며 “많은 분이 봐주셔서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면이 선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했다. 긴 시간 연기하며 배운 건 ‘내 의도대로 되는 건 없다’는 사실이었다. 작품의 흥행 여부조차 예상과 달랐다.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그런 그가 ‘아너’를 통해 얻은 수확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이청아는 “극적인 작품을 거치며 나는 훨씬 평평하게 살아왔다. 그래야 더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보며 “아너 속 현진의 연약함을 표현하며 솔직한 감정을 보여주고, 약점을 드러내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때론 꼭꼭 숨기는 것보다 나의 나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작품이다.

 

극 중 주인공 3인방은 숨기고 싶은 과거의 사건과 그로 인한 끈끈한 우정으로 묶여 있었다. 각자 숨겨야 할 비밀을 품은 채, 이를 극복하고 스스로 당당해지는 과정을 그려나갔다. 이청아는 “돌아보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주된 대본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현진은 갈등과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 속에서 사건을 만들어 극의 방향을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한편으론 작품 내 이슈 메이커였다. 전 연인이자 사건을 파헤치던 기자 이준혁(이충주)과의 하룻밤에 아이를 가졌고, 살인 사건 현장에 두고 온 귀걸이는 사건의 해결을 가로막았다. 결국 아이의 친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남편 구선규(최영준)와의 이혼 위기도 넘겼다.

 

부부관계의 신의를 저버린 현진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면서 시청자들의 질타도 있었다. 억울함을 내비친 이청아는 “삭제 신이 있었다. 선규를 만나러 경찰서에 갔는데 책상에 이혼서류가 있는 걸 보고 먼저 이혼을 얘기했다”며 “사실 그 서류는 승진(정희태)의 것이었는데,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계속해서 현진의 크고 작은 서사를 돌아본 이청아는 “드라마 안에서 맨날 혼난 것 같다. 이렇게 많이 혼난 작품은 처음”이라고 웃으며 “현진에겐 시청자를 (사건에) 이입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다. 촉매가 되어 문을 열어줘야 하지만 동시에 캐릭터를 버려지게 할 수 없었다”라고 주안점을 짚었다.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그런데도 시청자가 현진을 품어준 건 책임지려는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현진이를 연기하면서는 마음껏 울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스스로 저지른 일들을 탓하면서 매 순간 단단해지는 승모근이 느껴졌다. 지끈한 두통도 감당해야 했다. 그는 “이제 촬영이 끝났으니 내게도 평온한 시간이 곧 돌아올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뒤죽박죽 하던 수면패턴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두 친구에 비해 사고뭉치로 그려진 현진을 연기하며 이청아의 일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원래 똑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내가 원래 이렇게 정신없는 사람이었나 싶다”고 말을 꺼낸 그는 “작품 전엔 발음도 정확하고 되레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되돌려지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말이 더욱 현타가 온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배우 이청아. 매니지먼트숲 제공

앞선 출연작 ‘VIP’, ‘천원짜리 변호사’, ‘하이드’ 등에 출연하며 강단 있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는 두 가지의 기준으로 바라본다.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가진 작품인지, 자신의 내면을 움직이는 작품인지 여부다. 이청아는 “우리 인생에 큰 사건만 있는 건 아니다.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찾고 있었는데, 아너는 한 번쯤 생각할 만한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 생각했다. 외면하고 있던 현실에 관심을 둬 줄 수도 있다. 이런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더라”고 돌이켰다. 이어 “(현진이)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캐릭터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작품의 매력을 전했다.

 

권력 카르텔이 뒤얽힌 성매매 스캔들이 ‘아너’의 주된 소재였다. 세 여성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사건에 맞섰다.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작품으로 다루긴 민감한 사건이기도 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도 ‘아너’가 가진 결의 한 부분이었다. 그는 “시원한 전개와 악을 응징해가는 작품이 있다면, 사건을 풀어가며 각 인물의 대처와 그들이 가진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도 있다”며 결말에 만족했다. 이어 “시원하게 악의 카르텔을 끝낸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며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는 엔딩이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생겼다”고 부연했다.

 

서로를 악(惡)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현진과 신재가 라영을 지키며 보내온 날들을 잘했다고 해야 할지, 혹은 비난해야 할지 이청아 또한 고민한 부분이었다. 고민 끝에 조금 답답하더라도 갈등을 해결해가며 얻는 시원함이 ‘아너’의 매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청아는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 사랑받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잘 만든 캐릭터를 한 번 쓰고 보내는 게 아쉽다. 좋은 이야기가 시즌제로 가는 건 언제나 환영한다. 배우로서도 늘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다음 시즌 합류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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