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청장 “명백한 현행법 위반”…SH 고발, ‘종묘 앞 재개발’ 갈등 격화

허민 국가유산청 청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계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불법행위 및 사업시행 인가 중단'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민 국가유산청 청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계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불법행위 및 사업시행 인가 중단'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종묘 앞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을 포함한 3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가유산청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계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불법행위 및 사업시행 인가 중단을 서울시에 촉구하는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국가유산청은 재개발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국가유산청은 SH 측이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에서 허가 없이 최대 약 38m 깊이로 땅을 파는 시추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행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발굴 조사 완료조치가 되지도 않은 땅에서 토목공사를 위해 시추를 하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SH와 감독기관인 서울시에 대해 청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운4구역 일대는 공식적으로 발굴 조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다. SH의 발굴 조사 완료 신고와 유산청장의 완료 조치 통보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도 발굴 중인 지역이다. 해당 지역에서 시추 등 현상 변경을 하려면 매장유산법에 따라 국가유산청의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하고, 시추 과정에서는 매장 유산 조사기관이 참관해야 한다.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은 “현지 보존중인 길이 약 7.5m의 배수로 유구가 공사 구간 안에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협의없이 천공작업이 진행됐다”며 “유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허 청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최근 보낸 서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유네스코로부터 받은 서한 중 가장 엄중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라며 “대한민국을 넘어서 K-헤리티지 축제의 장이 될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자칫 종묘의 세계유산지위상실을 논의하는 논란의 장이 될 수 있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검토를 앞둔 ‘한양의 수도성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지난 14일 종묘와 관련한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센터는 “세운지구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 확인 서한을 이달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종묘를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길배 유산정책국장은 “종묘가 보존 의제에 포함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논의된다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오는 19일 서울시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통해 4월 사업시행인가를 마칠 계획이다. 이윤정 세계유산정책과장은 “사업시행 인가가 이뤄질 경우 최고 높이 145m로 변경 고시한 내용이 계획을 넘어 행정적으로 확정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허 청장은 서울시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 개최를 보류하는 것을 전제로 서울시장, 종로구청장, 국가유산청장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 신주를 모신 사당으로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의 첫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세운4구역의 고도 제한을 변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종로 변은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 변은 71.9m에서 141.9m로 완화하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했고,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최근 두 차례 만나 사전 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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