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원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인생에 큰 행운, 다신 없을 찬란한 순간이었습니다.”(박건욱)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9인조 활동의 마침표를 찍었다. 끝을 알고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이별의 순간은 잔인하게도 빠르게 찾아왔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앙코르 콘서트 ‘히어 앤 나우(HERE&NOW)’ 마지막날 공연으로 만난 제로베이스원과 제로즈(팬덤명)는 서로를 향한 영원한 사랑을 눈물로 약속했다.
◆비로소 하나된 ‘제로베이스원’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은 ‘0(제로)에서 1(원)으로’ 성장하고 완성되는 여정을 뜻하는 팀명이다. 이번 앙코르 콘서트는 제로에서 시작해 원으로 탄생한 아홉 멤버의 여정이 하나의 서사로 완결짓는 순간이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에 앞서 새로운 여정을 위해 항해하는 제로베이스원의 여정이 VCR로 펼쳐졌다. 오프닝곡은 제로베이스원을 탄생시킨 ‘보이즈플래닛’ 시그널송 ‘난 빛나’였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 시즌1 데뷔조로 2023년 7월 가요계에 데뷔한 제로베이스원의 시작을 장식한 곡이었다.
‘난 빛나’와 ‘테이크 마이 핸드(Take My Hand)’, ‘크러쉬(CRUSH)’로 이어진 오프닝 구간 이후 멤버들은 “누군가 울컥해 보이더라”고 범인 색출에 나섰다. 그러자 리키는 “오늘 따라 ‘크러시(CRUSH)’까지 모든 노래가 슬프게 느껴졌다”고 부연했다.
첫 인사부터 멤버들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9인조 제로베이스원으로 서는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듯 했다. 제로베이스원은 이날 공연을 끝으로 지난 3년여 간의 팀 활동을 마무리한다. 기존 계약 기간은 만료됐지만, 이번 콘서트를 위해 계약을 단기 연장해 무대에 섰다. 아홉 멤버에게도, 제로즈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작별의 공연이었다.
성한빈은 “연습생이 아닌 제로베이스원 리더”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김지웅은 “연습할 때 생각도 많이 나고 ‘보이즈플래닛’생각이 많이 나더라. 새로운 감정이 들어 오늘도 어김없이 행복했다.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 더 재밌더라”고 곡에 얽힌 의미를 짚었다.
◆히트곡 총망라…‘환승연애’ 능청 패러디까지
이번 투어는 지난해 10월 서울을 시작으로 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을 거쳐 15만 관객을 동원했다. ‘히어 앤 나우’ 월드투어의 여정을 시작했던 KSPO DOME에 다시 돌아왔다. 멤버들은 “오랜만에 다시 와서 뭉클한 기분도 든다. 첫 공연 에너지 많이 받고 가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고 돌아보며 “처음부터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추억을 쌓아왔다. 오늘도 평생 가지고갈 추억을 만들고 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연은 그간 제로베이스원이 발표한 타이틀곡과 커플링곡을 위주로 채워졌다. 활동곡을 모아 만든 VCR 영상도 백미였다. 각종 드라마의 명장면은 물론 홈쇼핑의 쇼호스트로 깜찍한 변신을 선보이는 등 재치있는 VCR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가장 큰 함성을 이끌어낸 건 ‘환승연애’ 패러디였다. 장하오, 성한빈, 박건욱이 “네가 ‘자기야 미안해’ 했잖아? 그럼 이딴 거 안 나왔어”, “너 반지 안 끼잖아” 등의 대사를 읊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두 멤버는 “‘환승연애’를 보며 출연자분들의 디테일을 캐치했다. 목을 긁으며 살짝 찡그리며 말을 하시더라”고 설명하며 다시 한 번 해당 장면을 연기해 또 한 번 환호를 받았다.
이어 지난해 발표한 ‘블루 파라다이스’에 수록된 유닛 무대가 펼쳐졌다. 먼저 장하오·김규빈·김지웅이 청량한 감성의 ‘아웃 오브 러브’로 돌출 무대에 올랐다. 이 곡은 오래된 관계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을 풀어낸 곡으로 첫날의 그때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 녹아있다. 세 멤버는 이날 공연의 의미와 맞닿은 ‘아웃 오브 러브’를 열창하며 객석 가까이로 달려가 호흡했다.
박건욱·한유진·리키는 성숙함이 가미된 ‘스텝 백(Step Back)’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성한빈·석매튜·김태래는 반항적인 악동으로 변신해 ‘크루엘(Cruel)’ 무대를 꾸몄다.
◆“시간이 야속해”…눈물로 전한 작별
이날 공연의 드레스코드는 보라색, 돌출 무대는 제로베이스원의 응원봉 모양을 본따 구성됐다. 멤버들은 ‘유라 유라(YURA YURA)’ 무대에서 귀여운 킥보드를 타고 돌출 무대를 달렸다. 장하오는 “응원봉 모양의 무대를 돌아다니니 제로즈를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고 미소 지었다.
유닛별 무대와 최초로 공개되는 ‘러브포칼립스(LOVEPOCALYPSE)’도 만나볼 수 있었다. 김태래는 “이 사랑을 한 번도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제로즈(팬덤명)이 준 사랑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팬들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낫 얼론(Not alone)’ 무대는 제로즈의 눈물 버튼이 됐다. 멤버들은 공중 그네를 타고 객석 구석구석을 애틋하게 바라봤다. 서로에게 선물이 된 곡이었다. 성한빈은 “캄캄했던 연습생 시절을 지나 데뷔 전에 마지막으로 부른 곡이었다. 울고있는 제로즈들이 많아서 더 감정이 벅차 오르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앵콜 무대를 마치고 아홉 멤버가 다시 무대 중앙에 모였다. 이미 눈가는 촉촉하게 젖었고, 누구 하나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건 박건욱이었다. 그는 “버티기 힘들어 멤버들의 눈을 피하며 무대를 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조금 후회가 된다”며 “멤버들이 날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수 있게 해줬다. 제로베이스원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다신 없을 찬란한 순간이었다”고 말하며 울컥 눈물을 터트렸다.
담담한 듯 했던 리키는 “오늘이 오는 게 무거웠다. 아직 끝나면 안 되는 사이인 것 같고, 헤어지는 게 정말 싫다”고 말하며 멤버, 그리고 팬들을 향한 사랑을 고백했다. 멤버 하나 하나 포옹하던 리키는 멤버들의 등을 토닥이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입을 뗀 김태래는 “우리가 함께했던 찬란한 시간들은 우리 기억속에 영원히 저장될 거다. 좋았던 기억을 간직하고 싶다. 고맙고 사랑한다”며 진심이 담긴 인사를 전했다.
멤버들은 눈물을 꾹 참고 “지금까지 제로베이스원의 OOO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숙여 인사했다.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자 객석에서도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무대를 바라보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고래고래 소리치며 제로베이스원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더 성한빈에겐 더 아쉬운 이별이다. “시간이 야속하다”며 곧바로 눈물을 터트린 그는 “어제부터 잠이 안오고 계속 눈물이 흐르더라. 팀의 리더로서 제로즈 곁에 든든하게 있을 수 있었던 건 멤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전 6시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그는 팬들을 향해, 그리고 멤버 각자에게 손편지를 써 선물했다. 제로즈에게는 “여러분 덕분에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다. 인생에 큰 기쁨과 행복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 천천히 오래오래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멤버들에겐 “여러분의 믿음 덕에 힘든 순간에도 일어설 수 있었다. 내 말로 아파한 순간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며 리더의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중국인 멤버이자 오디션 1위로 팀에 합류한 장하오는 “새로운 길을 앞두고 있지만 여러분에게 위로에 에너지를 주는 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스토리는 여러분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오늘이 결말이 아니니 앞으로도 함께 이 스토리를 써내려가주길 바란다. 앞으로도 아홉 명의 미래를 부탁한다”고 뭉클한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김규빈은 “시간이 지나도 아홉 명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멤버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선물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지칠 때마다 우리를 일어나게 한 건 무대 위에서 보이는 파란 불빛(응원봉)이었다”도 돌아보며 “언젠가는 끝이 온다는걸 알고 시작한 여정이었지만 막상 다가오니 아쉽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정말 행복했다는 건 확실하다. 제로베이스원으로 살았던 이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9인조 제로베이스원의 여정은 마무리됐다. 이들은 지난 3년 여 동안 청춘과 성장을 키워드로 6연속 밀리언셀러에 오르는 등 K-팝에 존재감을 빛냈다.
다만 각 멤버별 소속사가 계약 연장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장하오, 리키, 김규빈, 한유진 4인은 기존 소속사로 돌아가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제로베이스원은 향후 성한빈, 김지웅, 석매튜, 김태래, 박건욱 5인 체제로 이어간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