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형제 프로 농구선수가 되겠습니다.”
남자프로농구(KBL) 코트엔 팬의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형제 대결도 그 중 하나다. 맞붙기만 하면 스파크가 튄다. 2000년대는 조상현-조동현 쌍둥이 형제, 이승준-이동준 형제가 불을 지폈고 허웅-허훈(이상 KCC) 형제의 대결에서 활활 타올랐다. 현재는 ‘사상 첫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형제’ 문정현(KT)-문유현(정관장)이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형제 계보를 잇기 위해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는 꿈나무들이 있다. 이승준-이승민 형제다. 이규섭 KCC 코치의 아들로 형 이승준은 용산고 3학년, 동생 이승민은 1학년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각각 휘문중과 용산중에서 뛰며 오히려 적으로 마주했다. 이제는 동료가 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린다.
함께 있으니 든든하다. 용산고 입학 예정이었던 둘째 이승민은 KBL 유망주 연수 프로그램에 합격해 지난 1월 미국에 다녀왔다. 예정보다 늦게 용산고에 합류했지만, 형 이승준 덕에 수월하게 팀에 녹아들었다. 이승민은 “형이 있어서 적응하는 데도 더 쉬웠다. 편한 사람이 있으니 좋았다”며 “궁금한 거 물어보면 형이 잘 알려줬다”고 미소 지었다. 이승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함께 농구를 하면서 놀았다. 커서도 같이 개인 훈련하고 맞춰봐서 다른 친구들보다 호흡을 맞추는 것도 더 편하다”고 말했다.
가족이지만 사회생활은 사회생활이다. 이승민은 “처음 같은 팀에 합류해 형들을 만났다. 동기들이 모두 존댓말을 쓰다 보니, 승준이 형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헷갈렸다. 그래서 나도 존댓말을 했다”고 껄껄 웃었다. 돌아온 형의 대답은 ‘갑자기 왜 존댓말을 하냐’였다. 이승민은 “지금은 그냥 반말 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언젠가 프로 무대에서 함께 뛸 날을 꿈꾼다. 이승준은 “같이 집에서 경기를 볼 때도 많다. 형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이 있다”고 기대했다. 이승준은 가드, 이승민은 현재 가드와 포워드를 넘나들고 있다. 언젠가 프로 코트에서 서로를 막아서는 ‘형제 매치업’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이승민은 “형이랑 붙어도 자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프로에 가기 위해선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장점은 발전시키고 단점은 줄여야 한다. 둘 모두 함께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준은 이타적인 패스로 공격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는 “스피드와 피지컬이 아직도 부족하다. 친구들의 찬스도 더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민은 수비와 중거리슛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부족한 점이 많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볼 없는 상황에서 수비, 2대2 수비가 부족한 것 같다. 3점슛도 더 잘 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코트를 누빈다.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제63회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 연맹전 해남대회에 출전한다. 용산고는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다. 함께 왕좌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이승준은 “우리가 다른 학교보다 조금 신장이 작긴 하지만, 동생을 포함해 다 같이 더 뛰고 더 하나로 뭉치면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승민은 “고등학교 첫 대회다. 열심히 잘 준비해서 형과 잘 맞춰서 우승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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