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국제 정세에 스포츠도 휘청인다. 전쟁과 정치의 그림자가 그라운드에 드리운다. 특히 축구계 곳곳에서 눈물이 끊이질 않는다. 신변 위협으로 인한 망명, 영공 봉쇄, 비자 지연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
글로벌 매체 AP통신은 10일 “호주 정부가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5명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의 망명을 허용했다”며 “자국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참가 중 본국에서 전쟁이 시작돼 돌아갈 곳을 잃고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전했다.
도화선은 지난 2일 열린 아시안컵 한국과의 개막전이었다. 경기 전 국기가 올라가고 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이란 선수들은 입을 다물었다. 국가 제창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3일 뒤 호주전에선 거수경례를 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배경에 이란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동시에 이란 내부에서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혀 귀국 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따랐다.
우려가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나섰다. 그는 SNS를 통해 “이란 선수들을 사지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이며 이들은 귀국 시 살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호주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직접 이들을 받아들이겠다”고 호주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결국 호주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망명을 허용했다. 현지에 따르면 호주 연방 경찰은 이란 선수 5명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비자 발급 절차도 완료했다. 앤서니 앨바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호주가 지난 48시간 동안 취한 조치들을 설명했다”며 “용기 있는 이란 여성들에게 호주인들이 깊이 감동했으며 이들은 이제 이곳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혼란은 이라크 남자대표팀에도 이어졌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기회가 날아갈 위기다. 이라크는 다음 달 1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볼리비아 또는 수리남과 월드컵 대륙 간 플레이오프(PO)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중동 국가의 영공이 폐쇄돼 발이 묶였다. 하늘길과 함께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도 함께 막혔다. 그레이엄 아널드 이라크 감독은 FIFA에 “경기를 연기해달라”고 호소했다.
미국에도 곡소리가 퍼진다. 손흥민(LAFC)이 뛰는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일정에도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12일 LA갤럭시와의 16강 1차전을 치를 예정인 마운트 플레전트(자메이카) 선수단 중 10명이 미국땅을 밟지 못했다. 이 중 6명은 아이티 국적으로, 최근 미국의 이민 제한 강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폴 크리스티 마운트 플레전트 단장은 “우리는 제대로 된 경쟁을 하고 싶다”며 “최상의 전력을 가동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