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광장] 스멀스멀 떠오르는 ‘중계권 협상 난항’ 우려… 올림픽 이어 월드컵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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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거기서 볼넷을 내주냐. 이래서 이길 수 있겠냐고.”

 

며칠 전 집에 들렀을 때다. 평소 야구에는 큰 관심이 없던 아버지가 TV 앞에서 경기에 푹 빠져 계셨다. 깜짝 놀랐다. 아버지에게 스포츠는 온통 골프였다. 프로야구는 여전히 해태 선동열과 롯데 최동원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런 아버지가 채널을 오가며 우연히 본 국가대표 야구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였다.

 

사실 특별한 장면은 아니다. 극적인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한국 야구대표팀의 활약에 전국이 들썩했다. 퇴근길 지하철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도 온통 야구 얘기다.

 

수치로도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10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하루 전 지상파 3사가 동시 중계한 한국과 호주의 WBC 8강 단두대 맞대결은 공중파 시청률 합계 12.4%를 기록했다.

 

3사 합계 수치이긴 하지만, 이날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일일드라마 ‘마리와 별난 아빠들’이 기록한 9.1%를 훨씬 웃돈다. 사흘 전 한일전은 무려 16.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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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자연스레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또 하나의 ‘메가 이벤트’로 향한다. 오는 6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다.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 첫 대회다.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꼽히는 손흥민(LAFC)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수 있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모인다.

 

잇단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신이 났지만, 뜻하지 않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보편적 시청권’ 문제다.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상파 3사의 공동 중계 여부는 결정나지 않았다. 국내 중계권을 가진 종합편성채널 JTBC와 타 방송사 간의 재구매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서 똑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최근 막을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진한 감동의 스토리를 낳았지만, 한편에서는 “동계 올림픽을 했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도 관심도가 떨어졌다. 원인 중 하나로 지상파 3사가 올림픽을 생중계하지 않았던 것이 꼽혔다. 개막에 앞서 중계권을 갖고 있던 JTBC와의 지상파 3사의 중계권 재구매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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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창구 체제의 한계도 드러났다. 한국 설상 종목 최초 금메달을 따낸 스노보드 최가온(세화여고)의 경기가 쇼트트랙과 시간대가 겹치면서 본 채널에서 생중계되지 않아 시청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민적 관심 행사에 대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 배경이다. 중계권을 둘러싼 ‘네 탓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모습이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올림픽을 두고) 과거 국제대회에 비해 사회적 열기가 충분히 고조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북중미 월드컵도 예정돼 있는 만큼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한 국민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법 제76조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등 주요 행사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시청 접근성이나 시청자의 선택권조차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스포츠의 감동은 많은 사람들이 같은 순간을 함께 보고, 함께 기억할 때 비로소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보편적 시청권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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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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