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는 공개 직후 글로벌 차트를 점령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상위 0.1%를 겨냥한 명품 브랜드 부두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결핍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해외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시아 국가는 물론 멕시코를 포함한 전 세계 3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작품은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과 그녀의 뒤를 쫓는 형사 무경(이준혁)의 치열한 추적극이다. 그 중심에는 배우 신혜선이 있다. 드라마 철인왕후(2020), 웰컴투 삼달리(2023), 나의 해리에게(2024)부터 영화 결백(2020), 그녀가 죽었다(2024)까지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더니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름·나이·학력까지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사라킴으로 분해 한 인물이 가진 다층적인 얼굴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극 중 신혜선은 명품관 직원 목가희, 술집 종업원 두아, 신분세탁을 마친 김은재, 부두아 아시아 지사장 사라킴, 마지막 김미정까지 다섯 가지 이름을 오가며 정교하게 짜인 거짓의 세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가장 신경 쓴 지점은 외적인 변신보다 인물의 근원적인 허함이었다.
신혜선은 10일 “의도한 대로 조금은 녹아 나왔다고 생각해서 만족스럽다”며 “사라킴은 위조된 가짜 신분으로 살며 끊임없이 고품격의 자신을 만들고 싶어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꿈에 가까워질수록 진짜 자아는 텅 비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가 아니라 열정적으로 발버둥 치면서도 어딘가 허하고 텅 빈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 부두아는 사라킴 그 자체를 상징한다. 신혜선은 “나를 너무 사랑해서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태의 캐릭터다. 정체성을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라킴의 모습에서 관객이 연민을 느끼는 것도 그 발버둥이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1회 시작 장면에서 같은 옷을 입고 올라가는 여성을 보고 차갑게 식은 사라킴의 표정은 시청자의 몰입을 이끈다. 신혜선은 “카메라 구도와 미장센이 시각적으로 다 설명해 주는 신이라 오히려 편하게 찍었다”고 돌아봤다.
이준혁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상대 역할에게 이토록 의지를 많이 해본 게 처음이다”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신혜선은 “전에는 내 연기를 잘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면 이번에는 선배님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했다. 혼자 계획할 수 없는 신들이 많아 대사를 주고받는 그 순간에 집중했다. 선배님이 무경 역을 안 해주셨다면 이 작품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특히 취조실 장면은 대본만으로는 분위기가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이준혁 선배였기에 찍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라킴은 사기를 치고 불법을 저지르는 인물이지만 신혜선은 뒤틀린 욕망의 뿌리만큼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나 역시 욕망 덩어리다. 배우가 되고 싶었고, 주인공이 하고 싶었고, 분량이 많아지길 갈망하며 살았다”며 “사춘기 시절 느꼈던 싫으면서도 좋고, 좋으면서도 싫은 그 모순된 감정들이 사라킴을 이해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고백했다.
연기 방식에 변화를 줬다. 평소 촬영 전 철저하게 동선과 표정, 목소리 톤을 계획하는 완벽주의자 타입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루틴을 깼다. 신혜선은 “페르소나별로 톤 조절을 계산하기보다 한 사람이 처한 상황과 만나는 인물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모습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가장 마음에 든 장면은 역설적이게도 인물이 가장 처참해지는 순간이었다. 시체를 끌고 백화점에 갔을 때, 초록색 점퍼를 입고 화장이 번진 채 엘리베이터에 기대어 있던 얼굴 장면 등이다. 신혜선은 “개인적으로 피땀눈물이 섞인 얼굴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차기작에서는 밝은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다. 욕망을 동력 삼아 쉼 없이 달리는 이 배우에게 슬럼프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어 보인다. 그는 “연차와 상관없이 일하는 게 정말 재밌다. 일상보다 연기하고 있을 때가 훨씬 즐겁고 에너지가 생긴다. 그 즐거움이 보시는 분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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