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문일답] 이토록, 극적으로…류지현 감독은 눈물을 훔쳤다 “인생 경기”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걸어온 길을 통틀어 인생 경기였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극적으로 마이애미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7-2 승리를 거뒀다. 승리 이상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만 했던 상황. 거짓말처럼 5점 차 이상, 2실점 이하 결과를 써내려가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이 WBC 1라운드를 통과한 것은 2009년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준우승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맺은 바 있다.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터. 체코전 승리 이후 일본, 대만에게 연달아 패했다.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경기 내용도 쫄깃했다. 8회 말 1실점하며 6-2까지 좁혀졌다. 9회 초 상대 유격수 제리드 데일의 실책을 파고들어 7-2로 벌렸다. 9회 말 1사 1루서 이정후의 그림 같은 호수비가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순간, 류지현 야구 대표팀 감독은 물론 선수단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다음은 류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2라운드 진출 소감은?

“굉장히 어려웠던 1라운드였다. 바깥으로 모두 말할 순 없었지만 투수 운영과 환경 등 여러 가지 중심을 잡으면서 경기를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선수들이 마지막에 보여준 집중력, 그리고 과정들에 대한 자세와 진정성이 한데 모여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Q. 승부처는 어디였나?

“경기 전에 말했듯이 쫓기면 안 되는 경기였다. 선취점이 이른 시간에 나와 우리 페이스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승부처는) 마무리 과정이었던 것 같다. 8회 1점을 허용한 이후 저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9회 초뿐이었는데, 그 상황에서 선수들의 집중력과 염원이 한데 모였던 것 같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조병현의 1⅔이닝, 굉장히 타이트한 상황 속에서 버텨낸 점을 정말 칭찬하고 싶다. 또 이정후가 우중간 어려운 타구였음에도 끝까지 트라이했다. 자신감이 있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된 것 같다.”

 

Q. 오늘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 ‘기적’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와 닿나?

“코치 생활, 감독 생활, 대표팀 코치 생활, 대표팀 감독 생활까지 모두 포함해 인생 경기인 것 같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단 전체와 코칭스태프, KBO 직원들, 그리고 10개 구단의 협조까지 모두 합쳐진 결과가 아닐까 한다. KBO의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총재님을 비롯해 제가 요청했던 부분을 거의 99% 이상 들어주셨다. 그런 부분들이 쌓여 선수들의 경기력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Q. 투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긴장 속에서 젊은 선수들이 이겨낸 점이 정말 좋았다. 마지막에 박영현, 김택연, 조병현이 잘 막아줬다. 김택연의 경우 실점은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이끌어줬다. 조병현이 후배의 상황을 잘 막아준 것도 조화롭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수훈선수는 노경은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손주영의 부상이 있었다. 1회를 던진 뒤 2회를 앞두고 불펜에서 사인이 왔다. 타이밍이 늦었기 때문에 다음 이닝에 바로 올라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손주영이 마운드에 올라가 부상 상황을 심판에게 알리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했다. 불펜에서 준비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시간을 약 1분 정도 벌었고, 그 사이 노경은이 준비할 시간을 얻었다. 통역을 통해 갑작스러운 부상 상황이라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주심이 다행히 받아줬다. 호주 감독님께도 감사드리고 싶다. 심판이 설명했을 때 받아주셨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2이닝을 막아준 노경은에게 정말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Q. 8강에 진출해 미국으로 가게 된다. 도미니카공화국 또는 베네수엘라와 대결할 가능성이 있는데 구상은?

“지금 이 시간까지는 오늘 경기가 워낙 중요했다.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만 마이애미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모든 구성원이 오늘 경기에 100% 마음과 힘을 모아 준비했다. 오늘 저녁은 쉬고 싶다. 너무 힘들었다. 오늘 저녁까지는 마음을 비우고 쉬고, 내일 아침부터 2라운드를 준비하겠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도쿄=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