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배우진이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의 눈 뗄 수 없는 전개를 이끌었다.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이 단 2화 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나영-정은채-이청아 변호사 3인방의 뜨거운 투쟁과 회복의 여정에 연우진, 서현우, 최영준, 전소영, 김미숙, 이해영, 백은혜, 정희태 등의 배우들이 힘을 실었다.
먼저 ‘아너’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로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 ‘커넥트인’ 설계자 ‘백태주’ 역의 연우진은 다정한 얼굴 뒤에 숨긴 서늘한 본심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온화한 말투와 여유로운 미소로 상대를 안심시키지만, 그 이면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양면성을 소름 돋게 연기한 것. 특히 이상주의적 IT 기업가에서 모든 판을 설계한 흑막 정체가 드러난 이후의 변화는 극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으며 미스터리한 밀당 서사의 중심에 우뚝 섰다.
서현우는 20년 전 윤라영(이나영)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고 ‘커넥트앱’의 관리자이자 현직 검사로 돌아온 ‘박제열’ 역을 맡아 역대급 빌런을 탄생시켰다. 댄디하고 중후한 외양 뒤에 숨겨진 지독한 열등감과 무자비한 폭력성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악의 끝을 보여준 것. 특히 과거의 이름을 버리고 신분을 세탁한 채 다시 나타나 윤라영을 위협하는 장면에선 시청자들에게조차 소름을 유발하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황현진(이청아)의 남편이자 강력계 형사 ‘구선규’ 역의 최영준은 우직한 매력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아내를 향한 의심과 형사로서의 직업적 사명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황현진의 비밀과 20년 전 사건을 추적하며 보여준 그의 끈질긴 집념은 진실을 좇는 또 다른 축이 되어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했다.
신예 전소영은 윤라영의 숨겨진 딸이자 ‘커넥트인’의 성착취 피해자인 ‘한민서’ 역을 맡아 눈부신 존재감을 발휘했다. 상처 입은 피해자의 위태로움부터 스스로 자신을 상처 입힌 자들을 심판하려는 서늘한 복수심까지 폭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아너’의 비밀 병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내로라하는 베테랑 연기자들도 존재감만으로도 극을 꽉 채웠다.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딸 강신재(정은채)를 통제하려는 철의 여인 ‘성태임’ 역의 김미숙은 대형 로펌 해일의 수장으로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돈과 권력만을 정의로 여기며, 거대 악을 은폐하고 대중에겐 무력함을 학습시키면 된다고 믿는 비뚤어진 신념은 씁쓸한 현실과 맞닿으며 리얼리티를 더했다. 해일의 2인자이자 ‘커넥트인’ VIP 이용자였던 ‘권중현’ 역의 이해영 역시 부패한 인간의 끝을 보여줬다. 미성년 성착취라는 추악한 진실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로 치부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카르텔을 수호하기 위해 L&J 3인방과 박제열을 압박하는 노련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박제열의 아내 ‘홍연희’ 역의 백은혜는 폭력 남편의 가스라이팅에 무력해진 피해자의 내면을 섬세한 감정 변주로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남편의 휴대폰 데이터를 넘기며 윤라영의 조력자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절박한 눈빛과 처절한 연기는 극의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구선규의 든든한 파트너인 줄 알았던 ‘김승진’ 역의 정희태는 실상 커넥트앱을 비호하는 부패 형사임이 드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오직 부당한 사익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형사의 신념을 저버린 채 커넥트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는 그의 이중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없어서는 안 될 명품 조연의 저력을 입증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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