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체류 한국인, 인접국으로 긴급 대피

폭격 위험 피해 육로로 탈출
투르크메니스탄·이집트로 이동
외교부 “대사관 철수 고려 안 해
국민 안전 끝까지 책임질 것”

이란과 이스라엘에 체류하던 한국인 등 약 140명이 인접국 투르크메니스탄과 이집트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현지 체류 국민들의 안전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 됐다.

외교부는 지난 3일 이란 체류 한국인 24명 등 일행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이스라엘 체류 우리 국민 66명은 이집트로 각각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4일 밝혔다.

4일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이후 치솟는 연기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이란에 체류하던 한국인과 동포들이 외교부와 주이란한국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버스를 이용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이동하는 등 중동 무력 충돌 속에서 인접국으로 대피했다. AP/뉴시스
4일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이후 치솟는 연기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이란에 체류하던 한국인과 동포들이 외교부와 주이란한국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버스를 이용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이동하는 등 중동 무력 충돌 속에서 인접국으로 대피했다. AP/뉴시스

이란 체류 한국인 일행은 주이란한국대사관이 임차한 버스 2대를 이용해 전날 오전 5시 테헤란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이동했다. 중간 기착지에서 1박한 뒤 이날 오후 국경을 넘어 투르크메니스탄 입국 절차를 마쳤다. 대피 인원에는 교민뿐 아니라 일부 공관원과 가족 10여명, 한국인의 가족인 이란 국적자도 포함됐다.

당초 이란 국적 가족의 입국이 제지돼 현지에 남으려던 한국인 일행이 함께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대피 한국인은 23명에서 24명으로 늘었다.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이도희 감독과 이란 프로축구 메스 라프산잔 소속 이기제 선수도 이번 대피에 합류했다.

현지 인터넷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주이란한국대사관은 별도 통신망을 활용해 철수 인원과 외교부 본부 간 연락을 유지했다. 외교부는 안전한 이동 경로 확보를 위해 미국과 이란 당국 등과도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서울에서 급파된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현지 대사관이 입국 수속과 숙박, 귀국 항공편 안내 등 영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대피 인원은 버스를 이용해 수도 아시가바트로 이동 중이며 4일 개별 출국했다. 이번 대피 이후 이란에는 교민 약 40여명이 남은 상태다.

이스라엘에서도 우리 국민 66명이 대사관이 임차한 버스를 이용해 이날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출발해 이집트로 이동했다. 국경에서는 단체 관광객 등 단기 체류자 47명이 합류해 총 113명이 함께 이집트로 향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집트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 입국 절차를 마쳤으며 주이집트한국대사관과 외교부 신속대응팀의 지원을 받아 카이로로 이동했다. 이스라엘에는 단기 체류자 100여명을 포함해 한국인 약 600명이 체류 중이다.

외교부는 이 밖에도 전날 바레인과 이라크에서 각각 2명이 대사관 지원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추가 대피 수요가 있으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대사관 철수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민 대피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에서는 폭격을 피해 국경을 넘는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동부 카프쾨이 검문소에는 폭격 위험을 피해 탈출한 이란 시민과 외국인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이날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졌지만, 피란민 가운데는 홑겹 옷만 입은 채 국경을 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경 지역에는 내외신 취재진과 택시·버스 기사들이 뒤섞이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군 병력이 배치돼 촬영을 제한하는 등 경계도 강화된 상태다. 폭격 속에서 고향을 떠나는 시민들은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안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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