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4’를 통해 글로벌 무대 한가운데에 섰다. 시즌 공개와 동시에 그는 극의 서사를 이끄는 핵심 인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작품이 확장해온 다양성의 스펙트럼을 상징하는 얼굴로 떠올랐다.
하예린은 4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넷플릭스 국내 차트 2위까지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국 작품이 상위에 랭크되기 쉽지 않은데 놀랍다. 글로벌 톱 1위 소식도 실감이 되지 않는다. 그저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이번에 출연한 브리저튼4는 지난 1월 1~4화를, 2월26일 5~8화를 선보이며 새로운 로맨스의 막을 올렸다. 이번 시즌은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루크 톰프슨)와 신비로운 여인 소피 백(하예린)의 사랑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하예린은 극 중 소피 백을 맡았다. 그는 합류한 배경에 대해 “외국에서는 셀프 테이프를 많이 보낸다. 평소처럼 셀프 테이프를 보내고 엄마랑 태안에서 지내고 있는데, 에이전트에서 브리저튼 오디션이 있으니 24시간 안에 장면 2개를 찍어서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당연히 답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며칠 후 연락이 왔고, 이후 톰 베리카 프로듀서, 배우 루크 톰프슨 등과 줌으로 만났다”며 “또 며칠 후 엄마랑 강남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여주인공 소피 역할을 맡게 됐다고 전화가 왔다. 당시 엄마랑 같이 소리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벅찼던 상황을 돌아봤다.
하예린이 맡은 소피는 하녀라는 낮은 신분과 쫓기듯 살아야 하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사랑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지 않는 인물이다. 베네딕트의 정부(Mistress)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거절하는 선택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자존과 존엄의 문제를 건드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같은 설정은 기존의 수동적인 신데렐라 서사와 결을 달리한다.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지키려는 소피의 태도는 동시대적 여성상을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예린은 “1회에선 신데렐라 이야기같지만, 이후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소피의 과거 트라우마와 같은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영국 발음·역사적인 부분 등에서도 조사하긴 했지만 내면의 도덕적인 기준 등 인물과의 공통점을 찾아내려고 했고, 결국엔 감정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19세기라는 배경이 있지만 결국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소피라는 인간의 감정, 진실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작품이 19세 나이 제한이 있는 만큼 수위 높은 노출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그는 “할리우드도 그렇고 여기 산업도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화면에서 비치는 여성의 몸에 대해 비판하고 판단해도 되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다. 한국에선 더욱 미의 기준이 엄격하고 다른 면도 있지 않나. 한국에서 자라면서 보냈던 시간을 통해 제 자신에 대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정 방향으로 흘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면과 관련한 코디네이터분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수위 높은 장면을 마치 안무처럼 짜주셨다.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촬영할 때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셨다”며 함께 작업한 팀에 고마움을 밝혔다.
가장 인상적인 반응은 할머니이자 한국 연극계 대모인 손숙의 피드백이었다. 하예린은 “후배들과 함께 보셨던 것 같다. 눈이 안 좋은신데도 인증샷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자랑스럽고 사랑한다고 해주셔서 따뜻하고 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가 오늘 아침에 노출 장면도 봤는데 민망하다고 하긴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하예린은 브리저튼 시리즈의 세계관을 넓히는 동시에,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높아진 한국 배우들의 위상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했다. 그는 “오늘날 할리우드 업계에 동양인을 대변하는 데 있어서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 가운데 변화가 필요한 곳에서 선두하고 그런 역할을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이번 작품으로 주인공으로서의 리더십은 물론 주변을 잘 챙기는 자세도 많이 배웠다. 이 업계에서는 관계가 참 중요한 것 같다. 관계가 잘 이뤄진 환경이어야 최상의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불편함을 기꺼이 겪어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다. 수위가 높은 장면들을 촬영하거나 할 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내가 도전을 해보고 해냈을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예린은 이후 시즌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브리저튼 가족에 속했으니 아무래도 (다음 시즌에) 나올 것 같다”며 “한국에서도 좋은 기회가 닿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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