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이력이 있는 체육 지도자 222명이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절차에도 불공정한 측면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측은 대한체육회에 지도자 자격 결격 대상자들에 대한 조치 방안과 국가대표 선발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체육회에 대한 감독 가능을 적절히 행사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범죄 이력 222명 현장서 활동
감사원에 따르면 문체부는 2020년 8월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만 지도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체육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자격증 보유자에 대해선 정기적인 범죄 이력 조회가 이뤄지도록 하고, 결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육회는 현장 지도자들이 체육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제도 시행을 올해 말까지 6년에 걸쳐 유예했다.
감사원 점검 결과 2020년 8월∼2024년 12월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자격증이 취소된 222명이 학교 등 체육 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했다. 감사원은 “관련자 소명 등 사실관계 확인 후 등록 금지 등 신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학교폭력 가해 선수에 대한 대회 참가 제한 등 사후 관리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체육회는 2021년 11월부터 가해 학생의 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자료의 확인 없이 선수들의 서약서에만 의존한 결과 학교폭력 사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 2022∼2024년 152명의 학교폭력 가해 이력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 1∼13회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방식 불공정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방식에 불공정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한 사안도 적절히 처리되지 않았다.
이번 감사 결과 지난 2022∼2024년 29개 종목 단체에서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방식 결정과 후보자 평가를 담당하는 이사 및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 70명이 해당 직을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에 지원해 선발됐다. 감사원은 “본인이 참여해 확정한 기준에 따라 지도자에 지원해 선발되는 셈”이라며 “지도자 선발 절차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데도 체육회가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체육회는 이와 별개로 농구협회와 철인3종협회가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국가대표 지도자로 선발해 승인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종목 단체장은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선수들의 이의 신청 처리 결과를 체육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체육회는 보고 여부를 종목 단체에 맡겨놓고 사실상 방치했다. 그 결과 2022∼2024년 종목 단체에 이의 신청이 접수된 24건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13건은 체육회에 보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성 없는 기준도 체육회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합리적 사유 없이 종목별 국가대표 강화훈련 지원 등급을 결정했고, 전 선수촌장은 자의적 판단에 따라 특정 종목 선수단의 입촌 훈련을 제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체육회는 2024년 파리올림픽 대비 국가대표 강화훈련 계획을 수립할 때 이유 없이 자체 기준에 따라 금메달 가능 종목으로 분석된 사격 대신 근대5종을 최상위 지원등급으로 분류해 지원을 확대했다. 감사원은 “일부 종목 단체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선수 개인에 대한 후원을 획일적으로 제한했다”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어려움이 발생하는데도 체육회는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前체육회장, 주요 기구 자의적 구성
감사원은 이기흥 전 체육회장의 정관 위배 및 방만한 운영을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2021년 41대 회장 취임 이후 자신 또는 선거캠프 인사들이 추천한 후보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는 올림픽 종목 단체를 대표하는 이사가 과반수가 되도록 의무화한 정관을 위배한 것이다. 또 그는 문체부 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예산 규정을 개정한 후 행사성 예산을 증액하는 등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 부담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감사원 조사 과정에 사실상 불응했다. 형식적인 서면 답변만 제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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