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종현이 순정남의 정석을 보여주며 로맨틱코미디의 설렘을 완성했다. 전작의 강렬한 빌런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운 홍종현은 믿음직한 남사친 서사에 따뜻한 눈빛과 섬세한 감정선을 더하며 안방극장을 설렘으로 물들였다.
지난달 종영한 채널A ‘아기가 생겼어요’에서 홍종현은 주인공 장희원(오연서)의 곁을 15년째 변함없이 지키는 차민욱을 연기했다. 15년 동안 한 사람을 지켜온 남사친이라는 설정을 과장 없이 현실감 있게 풀어내면서도, 감정을 자각한 뒤에는 망설임 없이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눈빛이나 말끝의 온도, 미묘한 표정 변화 등 디테일한 감정 연기가 캐릭터의 진정성을 높였다. 장희원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럽지만 라이벌 강두준(최진혁) 앞에서는 돌변하며 삼각 로맨스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작품 종영 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홍종현은 “웃으면서 즐겁게 촬영했던 작품이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를 오랜만에 하기도 했고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일상적이고 코미디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 보니까 촬영장에서 더 즐겁게 촬영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오연서와는 2024년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tvN) 특별출연을 통해 잠깐이나마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오연서와의 호흡을 두고 “과거 회상 장면이었는데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 없이 연인 간의 모습을 촬영했다.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고 괜찮아서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당시 연출팀이었던 김진성 감독과의 인연은 ‘아기가 생겼어요’ 합류까지 이어졌다. 촬영 도중 당초 차민욱을 맡았던 배우 윤지온이 음주운전 및 절도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그 자리를 홍종현이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 홍종현은 “당시에 감독님이 지나가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제대로 해보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상황이 이렇게 돼서 좋았다”며 “처음에 걱정하고 현장을 갔을 때보다는 훨씬 더 빨리 적응하고 긴장을 풀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출연을 결정하고 불과 2∼3주가 지난 후에 현장에 투입됐다. 홍종현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그 시간 안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많이 도와주셨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주어진 시간 대비 너무 완벽하게 대사를 외우는 거 아니냐고 얘기를 하시더라”라며 “제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발등에 불 떨어져서 벼락치기 하는 심정으로 집중하게 된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차민욱이 15년지기인 장희원을 짝사랑한 것과 달리 또 다른 삼총사 일원인 황미란(김다솜)은 차민욱에게 직진한다. 최종회에선 시간이 흐른 뒤 차민욱과 황미란이 이어지는 듯한 긍정적인 만남이 그려지며 두 사람만의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엔딩 이후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해 홍종현은 “그런 관계가 쭉 이어지지 않을까. 민욱이가 미란을 두고 ‘내가 잘못한 게 있는데 더 잘해줘야지’라는 말을 한 적도 있었고 미란의 마음이 변할 것 같지가 않다. 한 번 결정을 했으면 쉽게 바꿀 만한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핑크빛 미래를 예상했다.
이번 작품에서 순정남 캐릭터로 설렘을 안긴 것과 달리 지난해 말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에서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차갑고 계산적인 빌런 문도혁을 연기하며 정반대 분위기의 캐릭터로 존재감을 뽐낸 바 있다.
홍종현은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반대되는 캐릭터를 맡아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잘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이어서 할 때는 어떻게 차별화를 둘지 고민했을 수도 있는데 반대되는 캐릭터니까 오히려 더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방송 상으로는 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친애하는X’ 촬영이 끝나고 ‘아기가 생겼어요’ 들어갈 때까지는 더 텀이 있었어서 환기시키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고 돌아봤다.
차민욱을 연기하며 홍종현은 오히려 더 큰 위로를 받았다. 그는 “주변에 챙겨주고 싶고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됐다. ‘내가 주변에 좋은 사람인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잘하고 있나’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렇게 살려고 하는데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지 않나”라며 “민욱이는 그런 마음을 갖고 말과 행동을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정말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을 연이어 성공시킨 후 차기작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다음 작품은 다시 반대되는 인물을 하고 싶은지 물음에 홍종현은 “그런 걸 따지려고 하진 않는다. 문도혁이라는 인물도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캐릭터인데 갖고 있는 에너지가 강렬해서 작품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분량 같은 것보다 캐릭터가 극 중에서 존재감이 확실하고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뭐든 상관없이 장르 안 가리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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