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나이 마흔을 맞이한 1987년생이자 스무 살부터 자취 중인 미혼 남성인 동시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산업부의 유통팀 소속 기자의 지난주 영수증을 통해 최근 트렌드를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보름달이 왜 점점 작아지는 줄 알아? 사람들의 소원을 듣고 그걸 이뤄주려고 뛰어다니다 보니 점점 살이 빠지는 거야.”
대학 시절 국문과 동기가 귀띔한 보름달의 비밀이다. 그 이후로 보름달이 뜨면 두 손을 모으고 다음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약 30일 사이에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을 빌곤 한다. 정월대보름이면 다음 정월대보름의 달이 찾아오기 전까지 1년간의 소망을 읊는 식이다.
15년 넘게 달님을 향한 숭배를 이어오는 사이 원대한 꿈이 이뤄진 적도 있지만, 건수로만 따지면 실현되지 않은 소원이 더 많다. 그럼에도 보름달이 뜰 때마다 두 손을 모으는 건, 30일에 한 번씩 그 당시의 내 소원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뭘 원하는지 스스로도 모른다면 그 누가 살이 빠져가도록 도와주겠는가.
보름달은 음력을 따르니까 양력에 맞춰진 일반적 삶을 살다보면 그대로 잊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정월대보름 역시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종합식품기업 하림에서 보낸 보도자료 덕분에 인지할 수 있었다.
하림의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 즉석밥 시리즈 중 한 제품이자 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인 오곡밥을 구매하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알리는 보도자료였다. 올해 정월대보름은 양력 3월 3일이며 그날 개기월식으로 붉게 물든 보름달, ‘블러드문’이 뜬다는 내용도 있었다.
최근 휴무일을 맞아 동네 이마트를 몇 군데 돌았다. 패키지에 보름달이 새겨진 2만개 한정판 더미식 오곡밥 상품은 이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온라인 정보기 대신 직접 발품을 판 것. 하지만 집에서 자전거로 이동 가능한 이마트 매장 4곳에서 모두 한정판 상품이 보이지 않아 일반 상품 구매에 만족해야 했다.
더미식 오곡밥은 국내산 팥과 멥쌀, 찹쌀, 찰수수, 차조에 검정 강낭콩을 더하고 보존료 없이 100% 쌀과 물, 곡물로만 지었다고 한다. 설명만 들어도 몸이 건강해질 것 같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잠시 데우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자취생에게 이보다 더 좋은 주식이 있으랴.
2014년 정월대보름에 빌었던 소원을 기억한다. 기념일과 절기마다 그날을 만끽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읊조렸다. 그 전 해,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식목일엔 화분에 꽃을 심고, 어버이날엔 고향 내려가 부모님을 뵙고, 스승의날엔 학창 시절 선생님을 찾아가고, 석가탄신일에는 근처 절에 가고, 동생 생일에 미역국 끓여주고, 동지엔 팥죽 먹으면서 지냈는데 그런 삶이 가장 풍성한 삶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을 구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때의 소원은 거의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도 마침 올해는 정월대보름부터 오곡밥 먹을 수 있게 된 만큼, 12년 전 소원을 이루며 살아가도록 힘써봐야겠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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