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리그③]무거운 책임감을 동력 삼아 달린다…주장 된 아빠 주민규 “우승·최고령 득점왕, 둘 다 잡겠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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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의 우승과 최고령 득점왕, 가장 좋은 그림이죠.”

 

 겨우내 꺼져 있던 경기장의 불빛이 켜진다. 서른다섯 주민규(대전)는 묵묵히 축구화를 고쳐 신는다. 주장과 아버지라는 무게감이 어깨를 누르지만, 발걸음은 그만큼 더 단단해졌다. 책임감을 동력 삼아 우승과 득점왕을 향한 질주를 시작한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만개한 ‘늦게 핀 꽃’에게 지난 시즌은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다. 대전으로 적을 옮겨 14골 3도움으로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지만, 기복이 있었다. 지난겨울 칼날을 더 예리하게 갈았다. 주민규는 “올해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부턴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나이 어린 후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에 고개를 젓기도 했다. 팀의 무한한 신뢰 속 완장을 차기로 결심했다. 그는 “주장이라는 자리가 많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에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며 “지금은 최대한 선수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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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럭무럭 자라는 딸은 더 빨리, 더 오래 달려야 할 이유다. 주민규는 2024년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을 품에 안았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작은 손을 잡는 순간, 다시 한 번 뛰어야 할 동기부여를 얻는다. 그는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이 배로 커진다. 운동을 나갈 때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내가 아이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 미소 지었다.

 

 “육아와 축구 난이도를 비교하면, 축구하는 게 100% 더 편하다”고 농담한 그는 “일은 하는 만큼 나오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지만 육아는 아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와이프가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이해하고, 또 희생한다.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둘을 위해서라도 내가 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주장과 아버지라는 이름을 발판 삼아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한다. K리그 역대 최고령 득점왕이다. 2002년 전북에서 뛰었던 에드밀손(34세)을 넘고자 한다. 그 위에, 36이라는 새로운 나이를 새기겠다고 다짐한다. 1990년 4월생인 그는 시상식이 열리는 올해 말이면 36세가 된다. 

 

 주민규는 “최고령 득점왕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당장 운동하러 가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팀이 우승하면서 득점왕을 하면 가장 좋은 그림이 될 것 같다. 몸 상태는 굉장히 좋다.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여유도 더 생긴 것 같다. 부담감이나 압박감으로부터 조금 더 유연해졌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든든한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들과 함께 달린다. 주민규는 디오고, 유강현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진다. 그는 “열심히 하면서 디오고, 유강현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함께 터졌으면 한다. 전북과의 슈퍼컵에서 느꼈다. 모따와 티아고가 같이 터지니까 화력이 강하더라. 우리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이를 꽉 물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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