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선정·마이크 순서를 향한 ‘장외 신경전’…“뒷줄, 자존심이 상하네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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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선정이 아쉽네요.”

 

내년엔 다른 위치, 다른 순서를 기대해본다. K리그1 12개 팀 선수들은 25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6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우승과 높은 순위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승부의 세계는 역시 냉정하다. 미디어데이 좌석만 봐도 지난 시즌 순위가 한눈에 보인다. 잘하면 첫줄 못하면 뒷줄이다. ‘디펜딩 챔피언’인 전북 현대가 앞줄 정 가운데에 위치했다. 양옆으로 2위를 기록했던 대전 하나시티즌, 3위 김천 상무가 자리했고 4~6위 팀이 빈자리를 채웠다. 하위 스플릿으로 처졌던 7~11위는 뒷줄로 밀려났다. 가장자리에는 K리그2에서 올라온 부천FC가 위치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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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운데에 위치한 전북은 역시 여유가 넘쳤다. 김태환(전북)은 “팬들이 원하는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 왼쪽에 위치한 이정택(김천)은 전북의 자리를 노리는 듯 쳐다봤다. 그는 “다음 미디어데이엔 중앙에 자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외쳤다. 뒷줄로 밀려난 김륜성(제주)도 비장한 표정으로 “뒷줄에 있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 맨 앞줄에 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전자들은 출사표 발언 순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이크를 잡는 순서도 지난 시즌 성적순이다. 전민광(포항)은 “우승팀부터 각오를 말하는 것 같은데, 내년엔 우리 (박태하) 감독님이 첫 번째로 각오를 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중앙을 바라봤다.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가 처음인 김현석 울산 감독도 자리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처음으로 자리했는데, 이렇게 순서가 늦게 오는지 몰랐다”고 툴툴대며 “내년엔 순서가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약속드리겠다”고 각오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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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향한 갈망은 행사 끝까지 이어졌다. 각 팀 목표와 공약에 대한 질문에 김현석 감독은 갑자기 마이크를 정승현에게 넘겼다. 정승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그는 “목표는 우승”이라며 “공약은 감독님이 내 유니폼을 1000벌 사서 팬들에게 줬으면 한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K리그1 막내 라인인 FC안양, 부천 FC는 주장이 나서 헌신을 각오했다. 이창용(안양)은 “버티는 좀비에서 물어뜯는 좀비가 되겠다”며 “영화 부산행에 나오는 좀비들처럼 K리그1 팀들을 못살게 굴겠다”고 외쳤다. 한지호(부천)는 “감독님께서 잔류를 말씀하셨는데, 맏형인 내가 발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수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각오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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