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랗게만 보였던 빈자리, 적임자가 나타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내야수 김주원(NC)의 방망이가 류지현 감독의 걱정을 덜어내고 있다. 내야의 축으로 믿었던 빅리거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빠졌지만, 김주원이 두터운 존재감을 발산하며 중심을 붙든다.
갑작스러운 변수였다. 앞서 국내에 머물던 김하성은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오른손 중지 힘줄이 파열됐다.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WBC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단순 전력 이탈이 아니었다. 대표팀 내야 수비 구상은 물론, 타격에서도 균열이 불가피했다. 김하성은 괴물들이 즐비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2023년)를 수상한 데 이어 통산 52홈런을 기록한 자원이다.
믿음직스러운 대체자가 이 공백을 책임지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KBO리그 최고 유격수로 평가받는 김주원이다.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 출전, 타율 0.289(539타수 156안타) 15홈런 65타점 4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30을 작성, 생애 첫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멈출 기색이 없다. WBC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 연습경기에서 불을 내뿜고 있다. 대표팀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일 정도다.
삼성과 한화(2경기), KIA를 상대로 치른 4경기 동안 타율 0.615(13타수 8안타)를 써냈다. 지난 2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은 단연 백미였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7회 초 무사 1, 2루서 상대 좌완 황준서의 직구를 강타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대표팀의 이번 연습경기 첫 승전고를 이끈 결승 쓰리런포였다. 이 시점부터 3경기 연속 멀티히트도 빚어냈다.
당초 김주원의 위치는 백업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던 김하성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판이 바뀌었다. 한국계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과 김도영(KIA)이 유사시 소화할 수는 있지만 본 포지션 자원은 아니다. 대표팀의 전문 유격수는 김주원 한 명뿐이다.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국제무대 경험도 적지 않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을 시작으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까지 주요 대회를 두루 경험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두 번째 평가전을 빼놓을 수 없다. 김주원의 해결사 본능이 번뜩였다. 일본전 11연패 위기 속 9회 말 2사 동점 솔로포를 터뜨린 것. 한국은 가까스로 일본과 7-7로 비겼다.
이번엔 WBC를 향해 뛴다. 김주원은 KBO 유튜브를 통해 “아직 연습경기지만 좋은 감을 차근차근 빌드업해 본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