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고 외래 진료실을 찾는 허리 디스크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장시간 운전과 차례 준비, 무거운 제수용품 운반,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 있는 생활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허리에 급격한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던 사람도 명절 이후 갑자기 허리를 펴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물건을 들다 ‘뚝’ 하는 느낌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허리 디스크는 잘못된 자세와 생활 습관이 누적돼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무거운 짐을 갑자기 들거나 허리를 비튼 상태에서 힘을 주는 동작, 빙판길 낙상 사고처럼 일상적인 계기로도 급성으로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단순한 근육 뭉침이나 염좌로 오해해 파스나 진통제만으로 버티는 경우다.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통증이 점점 잦아지고,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이어지는 다리 저림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신경 압박이 지속되면 회복이 더디고 후유증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했다면 빠른 시일 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는 추간판탈출증이다.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추간판은 가운데의 수핵과 이를 둘러싼 섬유륜으로 구성돼 있다. 반복되는 압력이나 외상으로 섬유륜이 찢어지면 수핵이 밖으로 밀려나와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로 인해 허리 통증은 물론, 한쪽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과 저림, 감각 저하, 근력 약화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허리만 묵직하게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척추관 협착증이 있다. 허리 디스크는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발생하며, 허리를 숙이거나 앉으면 통증이 다소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반면 협착증은 중장년층에서 흔하고,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 다리가 저리고 당겨 잠시 앉아 쉬어야 하는 간헐적 파행이 대표적이다. 두 질환은 치료 접근이 다를 수 있어 영상검사를 통한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X-ray는 뼈의 정렬과 퇴행 정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고, CT는 골 구조를, MRI는 신경 압박과 디스크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허리 디스크 치료는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염증과 통증을 조절한다. 통증이 심하거나 회복이 더딘 경우에는 C-arm 장비를 이용한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같은 허리 주사 치료를 시행한다. 이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부종을 줄여 신경 압박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많은 환자들이 수술 없이 호전된다.
그러나 6주 이상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다리 근력이 떨어지고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빠지는 경우, 대소변 장애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허리 디스크 환자 중 실제로 수술까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으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상당수는 비수술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시행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최소침습 디스크 제거술이다. 이는 국소 또는 척추마취 후 1cm 안팎의 작은 절개를 통해 병변 부위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영상증폭장치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뒤, 미세현미경이나 내시경을 통해 신경을 압박하는 탈출된 디스크 조각만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정상 조직과 근육 손상을 최소화해 출혈과 감염 위험이 낮고, 회복이 빠르다.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도 비교적 부담이 적으며, 수술 후 수일 내 보행이 가능해 일상 복귀가 빠른 편이다. 비수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재발성 디스크, 마비 증상이 동반된 경우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1~2주간 무리한 활동과 장시간 운전을 피하고, 음주와 흡연을 삼가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평지를 천천히 걷는 운동으로 허리 주변 근육을 회복시키고, 이후 전문의 지도 아래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병행한다.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오래 앉아 있을 경우 1시간마다 가볍게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배장호 서울바른세상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허리 통증을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다리 저림이나 근력 저하 같은 신경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침습 디스크 제거술은 필요한 경우에 정확히 적용하면 통증의 원인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진단과 단계별 치료”라고 강조했다.
허리 건강은 일상의 움직임과 직결된다. 명절 이후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통증의 양상과 변화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허리 주사 치료나 최소침습 디스크 제거술을 포함한 맞춤 치료를 시행한다면, 통증의 악순환을 끊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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