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올림픽? 산 깎이고 숲 사라지고 물 오염되고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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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코르티나의 보스코 디 론코 숲은 150년 된 낙엽송으로 가득한, 주민들의 산책로였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봅슬레이 트랙을 건설하기 위해 나무들을 베어냈기 때문이다. 현재는 2㎞에 달하는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만 남아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앞세웠다. 이번 올림픽 경기장 중 85%가 기존 시설을 재활용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대규모 환경 파괴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산림 훼손과 지하수 고갈, 환경영향평가 의무 면제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이탈리아 지부는 “이번 올림픽이 지속가능성의 대회로 홍보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탈리아 국가 올림픽 위원회와 논의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기존 시설의 대다수를 철거하고 더 큰 규모로 재건축한 정황도 포착된다. 설상 종목이 열린 리비뇨가 대표적이다. 인근 트레팔레에 스노파크가 있었음에도 산을 깎아 새 경기장을 지었다. 프레다초의 스키 점프대도 불과 몇백 미터 거리에 기존 시설이 있었지만 다시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라는 변수도 작용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코르티나의 2월 평균 기온이 3.6도 상승했다. 지난 50년 동안 2월 평균 적설량은 15㎝ 감소했다. 스키 슬로프의 눈 두께를 1.5m로 맞추기 위해선 인공눈 230㎥가 필요하다. 고지대에 4개의 저수지를 건설한 배경이다. 이 저수지를 채우려 매년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 하천의 물을 끌어 올렸다. 일부 하천에서는 허용된 양의 3~5배에 달하는 물을 취수했고, 그 결과 강이 말라붙어 물고기 폐사와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다.

 

엉뚱한 곳에 예산이 쓰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8개 건설 프로젝트 예산 중 올림픽 개최 필수 시설은 13%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87%는 도로나 철도, 주차장 등에 쓰였다. 그마저도 올림픽이 끝난 뒤에야 착공 예정이다. 심지어 이탈리아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의 약 60%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의무를 면제했다. 가디언은 “이 모든 일이 지구상에서 가장 취약한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번 올림픽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이유로 사상 처음으로 분산 개최를 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더 새롭고 더 거대한 올림픽을 개최하려 한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탈리아 환경운동가 루이지 카사노바는 “환경에 악영향이 적고 비용이 적게 들며 지역 사회에 유익한 해결책들이 있었다”며 “올림픽이 환경에 미친 영향에 대한 비용은 후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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