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보검 매직컬’, 그 어려운 ‘힐링’도 해냅니다

 20일 방영한 tvN 예능프로그램 ‘보검 매직컬’ 4화가 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3.4%(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4.6%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 이래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이다. 2049 시청률에서도 평균 시청률 1.7%,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지상파까지 포함한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 자리에 올랐다. 치열한 금요일 저녁 시간대 방송 예능 시장에서 tvN이 또다시 왕좌에 오르는 순간이다.

 

 ‘보검 매직컬’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며, 힐링 계열의 관찰 예능이다. 프로그램명에 자기 이름 을 건 배우 박보검을 비롯해 그의 실제 절친들인 배우 이상이와 곽동연 등이 전라북도 무주군 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이발소를 열어 마을 사람들과 교류해 나간단 콘셉트. 군 복무 중 이용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박보검의 독특한 이력 탓에 성립됐단 특이점 외에, 사실 이런 종류 예능은 10년여 전부터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같은 tvN의 ‘윤식당’ 시즌 1, 2와 ‘윤스테이’, 그리고 그 스핀오프 격 ‘서진이네’ 시즌 1, 2를 먼저 들 수 있다. ‘윤식당’ 시리즈가 휴양지 중심이라면, ‘보검 매직컬’과 좀 더 가까운 콘셉트로는 tvN ‘어쩌다 사장’을 들 수 있다. 시즌 1은 강원도 화천군 시골 마을에서 가맥이 딸린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설정, 시즌 2는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콘셉트였다. 시골 마을 힐링 계열이란 점에선 시즌 1과 더 비슷하다.

 

 이 같은 점포 운영형 관찰 예능은 그 상업적 뼈대도 사실상 동일하다. 연예인들이 기한 한정으로 일하는 점포에 그 지역 주민, 즉 비연예인들이 찾아와 서로 소통하며 뒤얽히는 광경을 셀링 포인트로 삼는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JTBC ‘효리네 민박’이나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등도 유사 계열 콘셉트라 봐야 한다. 근래 대중은 이런 콘셉트를 유난히 즐긴다. K-컬쳐 글로벌화로 국내 연예인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란 해석이 많지만, 따지고 보면 그 정반대라고도 볼 만하다.

 

 연예인들에 느끼는 일반 대중의 위화감은 오히려 1980~90년대에 훨씬 컸기 때문이다. 미디어 자체가 수적으로 적었던 만큼 연예계 스타 숫자도 지금보다 훨씬 적어 희소성이 상당했고, 그 몇 안 되는 미디어를 온 국민이 지켜보던 시절이라 인지도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또 온라인 기반 미디어조차 없던 시절이라 연예인 개개인 속내나 사생활을 구경하기도 힘들어 그 신비감 차원에서도 사실상 구름 위 존재에 가까웠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기반 뉴미디어 폭발이 일어나고 SNS 등 쌍방향 통로들이 등장 하면서 연예인은 보다 살갑고 친근한 존재, 비로소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픈 존재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그렇게 대중이 이입할 수 있는 비연예인들이 연예인과 서로 소통하며 뒤얽히는 방송 콘셉트 성공담도 시작됐다.

 

 더 큰 흐름을 생각해 보자. 애초 국내 방송계에서 비연예인 중심 예능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성립되던 때는 대략 2010년대 초반이다. 이전까진 KBS1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각종 경연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이들로 채워지는 MBC ‘기인열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가 그에 해당한다고 여겨졌다. 비연예인 일반 대중의 삶은 KBS1 ‘인간극장’ 같은 교양프로그램 속에만 존재한단 식이었다.

 

 그러나 해외 흐름은 달랐다. 미국은 애초 비연예인 중심 프로그램이 워낙 많았고, 2000년대 들어선 CBS ‘서바이버’ 등 막대한 상금을 건 비연예인들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광풍이 시작됐다. 일본 역시 JTBC ‘한끼줍쇼’ 원전이 된 니혼TV ‘돌격! 이웃의 저녁밥’ 시절부터 꾸준히 비연예인들 비중이 높다가 2000년대 들어 같은 니혼TV ‘비밀의 현민쇼’ 등으로 흐름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 예능은 2010년 전후로 사실상 ‘아이돌 전성시대’를 맞고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집단 토크쇼나 리얼리티 쇼 등 예능프로그램 어디서나 2세대 아이돌들이 활약 했고, 심지어 지상파 3사에서 각각 ‘청춘불패’ ‘꽃다발’ ‘영웅호걸’ 등 아이돌 전용 정규 예능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었다. 말하자면, 걸그룹 티아라 멤버 효민이 2011년 설날 연휴 동안에만 특집방송 11편에 출연하던 시절이다. 방송 예능이 온통 이런 분위기이니 피로감도 점차가 중됐고, 비로소 비연예인 중심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도 빗발쳤다.

 

 그렇게 시작된 초반 주자가 2011년 SBS ‘짝’이다. “비연예인 서바이벌, 미국이 돈이라면 한국 은 연애”란 우스개가 실제로 먹혀 지금의 ‘연프 열풍’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함께 시도된 게 앞선 ‘연예인과 비연예인이 한 데 뒤얽히는 예능’이고, 마침 유튜브와 각종 SNS의 대세 등극 으로 ‘스몰스타 전성시대’도 열린 시점이었다. 누구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스타가 될 수 있었고, 그렇게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간극도 좁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가운 연예인, 대중 속 연예인들이 각종 점포를 운영해 일반 대중과 만나고 소통하는 예능 유행도 시작됐다.

 

 ‘보검 매직컬’은 이런 예능 흐름에서, 특별히 폭발적일 것까진 없어도 꾸준히 좋은 평판으로 사랑받아 온 콘셉트 대를 잇는 프로그램이다. 힐링 예능이 으레 그렇듯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숱한 실험을 거쳐 결국 비연예인 중심 예능은 한국서 가장 인화성 높은 소재인 ‘연애’로만 국한돼 살아남았고, 연예인과 비연예인이 한 데 뒤얽히는 콘셉트는 점포 운영 형식만 살아남 았단 점이다. 이제 대중이 비연예인 관련해 예능으로서 관심갖고 지켜볼 만한 지점은 ‘연애’와 ‘장사’뿐이란 얘기도 되는 것 같아 기묘하면서도, 어딘지 이해가 가기도 하는 대목이다.

 

 어찌 됐든 ‘집 자랑, 돈 자랑, 자식 자랑이 전부’라던 연예인 관찰 예능이 그럼에도 ‘욕하면서 보는 예능’ 소리 들으며 승승장구하는 반면 각종 힐링 예능, 대중의 소박한 삶 속으로 파고드는 예능은 ‘칭찬하면서 안 보는 예능’ 소릴 듣던 찰나다. ‘보검 매직컬’ 성공엔 확실히 고무적인 구석이 있다.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 콘셉트라도 이목을 끄는 캐스팅과 명료한 방향성이 만나면 충분히 상업적으로 기능할 수 있단 점을 다시금 증명해 준다. 본래 ‘힐링’은 냉소적인 한국 문화환경에서 동경이나 선망보다 쉽게 설득시키기 까다로운 감성이기도 하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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